현대차·기아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단순한 부품 공급 관계를 넘어, 레벨2부터 레벨4 로보택시까지 아우르는 통합 자율주행 아키텍처를 공동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2026년 3월 17일,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업 확대를 공식 발표했다. 같은 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현대차를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직접 선언했다.
정의선-젠슨 황 ‘깐부 회동’이 만든 동맹
이번 협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지난 2025년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의 첫 회동, 2026년 1월 CES 2026에서의 재회담을 거쳐 이번 공식 발표로 이어졌다. 황 CEO는 GTC 2026 무대에서 “현대차, BYD, 닛산, 지리 등 4개사가 로보택시 파트너로 합류했으며, 연간 생산량만 1,800만 대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GM까지 더해지면 엔비디아 자율주행 생태계는 전례 없는 규모로 확장된다. 글로벌 완성차 산업의 판도 자체가 엔비디아 플랫폼을 축으로 재편되는 형국이다.
핵심은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GPU 5만 장의 의미
기술 협력의 중심에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이 있다. 하이페리온은 고성능 CPU·GPU와 센서, 카메라를 하나의 표준 설계구조로 통합한 레퍼런스 아키텍처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도입해 레벨2부터 레벨4까지 확장 가능한 SDV 통합 아키텍처를 자체적으로 새롭게 구축한다.
주목할 수치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자율주행 개발 인프라로 GPU 5만 장을 이미 확보했다. 이는 AI 학습과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내재화하겠다는 의지의 방증이다. 엔비디아의 광범위한 데이터와 AI 기술을 그룹 전반의 단일 학습 파이프라인으로 통합해, 고성능 AI가 실제 도로 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학습·구조화하는 선순환 체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내재화 전략의 숨은 승부수… 투트랙과 광주 실증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기술 도입’과 ‘자체 내재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구조다. 올해 초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거친 자율주행 전문가 박민우 사장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오는 4월 9일 기아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로드맵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글로벌 기술 도입과 함께 국내에서는 정책 지원도 확보했다. 현대차·기아는 국토교통부의 ‘K-자율주행 협력모델’에 선정돼 광주광역시 전역에서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차량 제작사로, 기아는 운송 플랫폼사로 이중 역할을 맡는다. AI 기반 호출·배차 플랫폼 ‘셔클’은 이미 2019년부터 33개 지자체 82곳 이상에서 운영 검증을 마쳤다.
다만 리스크도 존재한다.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GM도 동일한 엔비디아 플랫폼을 채택하는 만큼, 기술 차별화 난제는 현대차그룹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레벨4 상용화 일정 지연 가능성도 변수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글로벌전략조직 담당 부사장은 “레벨2 이상부터 레벨4 로보택시 서비스까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의 엔비디아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SDV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다. GPU 인프라와 하이페리온 아키텍처, 모셔널 합작법인을 삼각 축으로 삼은 이 전략이 2026년 이후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