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을 더 받기 위해 보험료를 자발적으로 내던 사람들이 빠르게 줄고 있다. 반면 연금액이 깎이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연금을 미리 받으려는 사람들은 급증하고 있다. 노후를 준비할 여유조차 없는 고령층의 현실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임의계속가입자 2년 새 13% 감소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25년 11월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임의계속가입자는 46만 4,899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 53만 4,010명과 비교하면 약 2년 만에 13.0% 감소한 수치다.
임의계속가입 제도는 60세 이후에도 65세까지 자발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해 가입 기간을 늘리는 제도다.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령연금 수령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노후 소득을 늘리려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50만 명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했으나, 최근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임의계속가입자가 직장가입자와 달리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9.5%로 인상됐으며, 2033년까지 매년 0.5%포인트(p)씩 올라 최종 13%에 도달할 예정이다. 고정 소득이 없는 고령층에게 보험료 인상은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조기연금 수급자 100만 명 돌파…월평균 71만 원
임의계속가입자가 줄어드는 사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102만 426명으로, 전년 동기(94만 2,082명) 대비 8.3% 증가했다. 100만 명을 처음 돌파한 것은 지난해 7월이었고, 이후 3개월 만에 약 1만 5,000명이 추가로 늘었다.
조기노령연금은 정상 수급 연령보다 최대 5년 앞당겨 받을 수 있지만, 1년 앞당길 때마다 연금액이 연 6%씩 줄어든다. 5년을 앞당기면 원래 받을 금액의 70%만 수령하게 되며, 이 감액은 수급 기간 내내 적용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조기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70만 7,128원에 그쳤다. 성별로는 남성이 66만 8,869명(65.4%), 여성이 34만 6,698명으로 집계됐다.
조기연금 수령자의 급증세는 2023년 상반기부터 두드러졌다. 당시 상반기 신규 신청자만 6만 3,855명으로, 2022년 연간 신규 수급자(5만 9,314명)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개인 선호가 아닌 구조적 필요에 의한 선택임을 보여준다.
노인 빈곤율 39.7%…OECD 평균의 2.5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근본 원인으로 한국의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꼽는다. 2023년 기준 국내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14.8%)의 약 2.5배에 달한다. 독일(14.1%), 프랑스(8.4%), 일본(20.0%)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중위소득 50% 미만의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도 조기연금 신청자의 상당수가 신청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1순위로 꼽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민생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임의계속가입자는 줄고 조기 수급자는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연금액이 줄어들더라도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평균 정년이 58세인 반면, 공식 연금 수급 시작 연령은 65세다. 약 7년의 소득 공백을 메울 수단이 부족한 저소득 고령층에게 조기 수급은 사실상 ‘선택’이 아닌 ‘생존 수단’에 가깝다.
노후를 위해 더 오래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럴 여유가 없는 현실, 연금을 일찍 받을수록 평생 손해인 줄 알면서도 당장의 끼니가 급한 현실이 수치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보험료 인상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가운데, 노인 빈곤 해소와 연금 제도의 실질적 안전망 기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