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7주 연속 상승하며 2020년 임대차법 시행 당시 형성됐던 전세 최고가마저 뛰어넘는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전세 수요는 유지되는 반면 매물이 급격히 줄며 가격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2% 올랐다. 전주 상승률(0.08%)보다 0.04%포인트 확대된 수치로, 57주 누적 상승률은 4.79%에 달한다.
임대차법 최고가 뚫은 구축 단지들
2020년 임대차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자 집주인들은 신규 계약에 향후 임대료 인상분을 선반영했다. 이로 인해 일부 단지에는 이후 수년간 넘어서지 못한 전세 최고가가 형성됐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롯데캐슬루나 전용 127㎡는 2020년 11월 6억 5000만 원에 계약된 뒤 오랫동안 이 가격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6억 7500만 원에 거래되며 기존 최고가를 돌파했고, 지난달에는 7억 7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4단지 전용 59㎡ B타입도 지난달 3억 400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약 4년 전 최고가보다 2000만 원 높은 수준이다. 강북구 미아동 벽산라이브파크 전용 59㎡ A타입 역시 이달 4억 원에 계약이 이뤄지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토허제가 불 지핀 전세 매물 감소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서울 전역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을 매물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토허제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전세 공급 유인이 줄어들자 매물이 감소하고, 이것이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매각에 나서는 보유자가 늘면 전세 물량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급절벽까지…상승 압력 당분간 지속
공급 측면의 충격도 크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4165가구로, 지난해 4만 6353가구와 비교하면 약 89.8% 급감한 수준이다. 신규 물량이 사실상 소멸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가 계속 강화될 경우 전세 매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임차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출 규제로 시장 내 수요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 감소 흐름까지 겹치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법·토허제·다주택자 규제가 맞물리며 의도치 않게 전세 공급을 압박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대출 규제로 임차 수요의 매매 전환마저 막힌 상황에서 세입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