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수순’이지만 불안한 한국…미 무역법 301조 칼날, “어디를 겨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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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대안으로 꺼내 든 ‘무역법 301조’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 한국이 포함되면서 수출 산업 전반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3월 11일(현지시간) 연방 관보 게재를 통해 301조 조사 개시를 선언했다. 한국, 중국, 일본, EU 등 총 16개 경제주체가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조사의 명분은 ‘과잉 생산 능력과 연관된 불공정 무역 관행’과 ‘강제 노동에 의한 상품 생산’ 두 가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대법원 판결로 효력을 잃은 상호관세를 복원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상호관세 무효 이후 ‘우회로’…한미 합의는 유지되나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를 새로 도입했으며,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경기도 평택항/출처-연합뉴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25%로 예고됐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현재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10% 글로벌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기존 무역 합의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절차의 끝에서 대응 조치가 제안된다면, 협정에서 만들어진 약속들이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여 여지를 남겼다.

산업별 희비…조선·자동차는 ‘방패’, 철강·석화는 ‘취약지대’

국내 전문가들은 업종별로 체감 강도가 다를 것으로 분석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조선과 자동차는 대미 투자가 이미 진행 중인 만큼 압박 강도가 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철강과 석유화학은 공급 과잉이 심한 산업으로 꼽혀 이번 조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다고 장 원장은 우려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3.8% 감소한 1,229억 달러를 기록한 상황에서, 추가 관세 압박은 수출 감소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출처-뉴스1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무역법 301조의 구조적 특성에 주목했다. 현재 적용 중인 무역법 122조는 관세율 상한 규정이 있지만, 301조에는 상한 규정이 없다. 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세수를 활용해 미국 국민 지원 프로그램 약 12개를 약속한 상태”라며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관세를 15% 이상으로 높게 설정해 세수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비관세 장벽까지…긴장 늦출 수 없는 이유

이번 301조 발표에 온라인플랫폼법이나 통신망 사용료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역법 301조는 사안별로 추가 조사 개시가 가능한 구조여서, 비관세 분야의 긴장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사들이 USTR에 제기했던 301조 조사 청원은 최근 철회됐다. 그러나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쿠팡 이슈 외에도 농산물을 포함한 비관세 장벽 등 대화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며 이번 조사를 대화 촉진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음 달 15일까지인 서면 의견 제출 기간에 맞춰 업계와 협의해 공식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개월의 조사 기간 동안 협상의 여지가 있다”며 국익 최대화를 위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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