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허공에서 생성돼 고객 계좌로 흘러들어간 사건, 이른바 ‘유령코인 사태’가 제도권 가상자산 시장의 민낯을 드러냈다. 금융감독원이 약 한 달간의 현장 검사를 마무리하고 이제 제재 수위 결정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앞두게 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월 6일께 빗썸에 대한 현장 검사를 종료했다. 당초 2월 말 완료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일주일 가량 연장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봤으며 내부 심사 후 제재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62만 BTC 오지급…빗썸 보유량의 13배
사고는 지난 2월 6일 빗썸이 진행한 랜덤박스 이벤트에서 발생했다. 시스템 오류로 695명의 참여자 중 240명에게 1인당 비트코인 2,000개, 약 1,900억원 상당이 지급됐다. 전체 오지급 물량은 620,000BTC로, 당시 기준 약 60조원에 달하며 빗썸 실제 보유량 46,000BTC의 13배를 웃돌았다.
이 사건은 단순 착오 지급과는 성격이 다르다. 실제 보유하지 않은 자산이 장부상으로 생성돼 지급된 ‘유령코인’의 형태였기 때문이다. 빗썸 측은 사고 인지 35분 만에 거래·출금을 차단하고 618,212BTC를 회수했으며, 매도된 1,788BTC 중에서도 93%를 회수해 전체 회수율은 99.7%에 이른다.
하루 한 번 대조…만성화된 내부통제 부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유령코인 지급 경위와 더불어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빗썸은 내부 장부와 실제 코인 지갑 잔액을 하루에 단 한 차례만 대조해왔다. 이처럼 느슨한 점검 체계가 대규모 오지급이 장시간 식별되지 않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빗썸은 2024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4건의 추가 오지급 사고를 기록했다. 대상 61명, 총 금액 1,865만원 수준으로 이번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이재원 빗썸 대표가 국회 질의에서 “2건”이라고 언급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4건이 확인되며 은폐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 추가 오지급 사례까지 검사 범위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법 입법 향방에도 파장
금융권에서는 이번 검사 결과가 정부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이른바 ‘가상자산 2단계법’의 입법 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소유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유령코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가상자산 시장이 어떻게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겠느냐”며 “이번 검사 결과를 반영해 2단계법 입법에서 강력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일 1회에 그쳤던 잔액 대조 체계의 고도화도 입법 의무 사항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