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넘어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소비자 가격을 직격하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0.7원으로 전날보다 5.3원 올랐다. 같은 시각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리터당 1923.8원을 기록하며 휘발유 평균가를 웃도는 이례적인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란 공습發 공급 불안…WTI·브렌트유 100달러 돌파
이번 유가 급등의 직접적 촉발 요인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글로벌 유류 공급 차질 우려가 시장에 빠르게 반영됐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두바이유 역시 지난주 대비 배럴당 15.6달러 오른 86.1달러를 기록했으며, 국제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대비 19.1달러 급등한 98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서울 경유 1971원…’2000원’ 심리적 저항선 목전
지역별 격차도 뚜렷하다.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리터당 1949.0원으로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지역 경유는 리터당 1971.4원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2000원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서울 경유가 2000원 선을 돌파할 경우 소비 심리 위축과 물류비 상승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충격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단속 강화·비축유 확보…’가격 상한제’ 30년 만에 검토
정부는 가격 인상 단속 강화, 정유사 담합 경고, 아랍에미리트로부터 비축유 600만 배럴 이상 확보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3월 6일 전국 휘발유 일일 상승폭이 17.58원에 달하던 것이 이날은 5.3원 수준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더불어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사실상 휴면 상태였던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제23조’에 근거한 가격 상한제를 30년 만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장 왜곡과 재정 부담 등 부작용 우려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한 국내 기름값에는 2~3주 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전달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