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앞에 100대 가까운 차량이 줄을 선다. 경찰까지 출동하는 혼란 속에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하루 만에 63원이 뛰었다. 국내 기름값이 단숨에 3년 7개월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3월 5일 오후 7시 기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L당 63.0원 오른 1,840.5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8월 12일(1,805.9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1,800원을 돌파한 것이다.
경유 상승세는 더욱 가팔랐다. 하루 만에 111.0원이 오른 1,839.8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역시 2022년 12월 12일(1,807.4원)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의 1,800원 돌파다.
서울은 이미 1,900원 코앞…”아침·점심·저녁 가격이 다 달라”
서울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48.6원 오른 1,891.1원, 경유 평균 가격은 93.5원 오른 1,897.6원으로, 사실상 1,90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특히 이번 급등의 속도가 이례적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3월 1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695.89원이었는데, 불과 4일 만에 약 200원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하루에 2% 이상 오른 것은 약 10년 만의 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며 “아침·점심·저녁 가격이 모두 다르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고 지적하며 제재 방안을 주문했다.
시차 없는 국제유가 전이…중동 리스크가 방아쇠
이번 급등의 직접적 배경은 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부분 폐쇄 우려가 부각되며 국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됐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지만, 이번에는 시차가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주유소들이 향후 공급 부족을 우려해 재고를 선확보하려는 차원에서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직영주유소(+3.89%)보다 자영주유소(+4.85%)의 인상폭이 더 크다는 점은, 정유사 공급가 인상보다 소매점의 자율적 선제 인상이 주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 ‘최고가 지정제’ 검토…업계는 “시장 기능 마비” 우려
정부는 주유소 판매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격 지정’ 방안 검토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고가격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관리원·경찰청·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6일부터 불법 석유 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대상으로 월 2,000회 이상의 특별기획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이번 검토안은 사실상 가격 고시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기존 알뜰주유소 정책보다 더 강력한 조치”라며 “통상 4~5% 수준인 주유소 마진을 고려한 가격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2025년 213개, 2026년 들어 122개 주유소가 폐업하는 등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 통제가 경영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