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전자는 옛말, 이제 10만전자 가는 것 아니냐.” 개인 투자자들의 자조 섞인 탄식이 증시 커뮤니티를 뒤덮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0%대 동반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계좌가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 증시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촉발한 글로벌 충격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장중 5,780선까지 추락하며 약 7%의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약 4.6% 하락했으며,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5% 이상 급락하자 오후 12시 5분께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틀 새 외국인 12조 이탈…환율은 17년 만에 1,500원 돌파
이번 폭락의 도화선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과 주변국 유류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이다. 이란 사태 발생 후 첫 개장일인 지난 3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지난 1일(금요일)의 7조원 매도에 이어 이틀 사이에만 12조원이 넘는 자금이 시장을 빠져나간 셈이다.
외국인 매물 폭탄은 환율 급등과 맞물려 충격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0원 이상 급등해 1,460원대를 기록했으며, 야간 거래에서는 한때 1,506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이었던 2009년 이후 17년 만의 사건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유가·물가·금리 ‘삼중고’…한국 구조적 취약성 재확인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연쇄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국제유가는 이미 72달러대로 올랐으며, 일부에서는 13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국내 소비자 물가가 약 0.2%포인트의 추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한다.
물가 불안이 고개를 들자 금리 인하 기대감도 급속히 꺾이는 분위기다. 3년물 국채 금리는 이미 4%선을 다시 돌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구조”라고 진단한다.
“공포 매도보다 분할 대응” 전문가 권고…당분간 중동 전황이 변수
일본 닛케이지수도 3%대 하락하고 미국 나스닥 선물도 동반 내리는 등 글로벌 증시 전반에 걸쳐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한 투자자가 “고래인 미국이 움직이니 주변 새우들이 파도에 휩쓸려 찢겨 나간다”고 표현한 것처럼, 미국 시장 움직임에 한국 증시가 과도하게 연동되는 구조적 문제도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1,460원을 넘어 변동성이 극대화된 국면에서는 공포에 질린 매도보다 철저한 분할 대응과 거시지표 확인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향후 증시는 당분간 중동 전황의 전개 방향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