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세 전략을 들고 나왔다.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150일의 기간 동안 최대 15%까지 갈 수 있다”며 “각국에 서로 다른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대법원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트럼프가 지난해 4월 발표했던 기존 관세 체계는 사실상 무효가 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며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발효된 10% 글로벌 관세가 그 시작이다.
5개월짜리 ‘버퍼존’에서 완성하는 차등 설계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먼저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150일(약 5개월) 동안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15%의 일괄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다. 이 기간은 단순한 임시 조치가 아니다. 그 사이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 보복)와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 위협)에 따른 조사를 완료해, 국가별·품목별 차등 관세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대법원이 대통령의 금수 조치 시행 권한을 재확인했다”며 “301조와 232조는 4,000건 이상의 소송을 견뎌냈다”고 강조했다. 법적 안정성에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는 이미 조사 절차에 착수한 상태로, 5개월 기한 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합의는 유지, 관세는 올린다”…선택적 압박 카드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가 기존 무역 합의의 틀은 그대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그는 “모든 나라가 이미 체결한 것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우리는 그 합의에 머무르기를 원하고, 관세율을 다소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상호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약속했던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와 미국산 제품 구매 등의 협상 내용은 살리되, 관세율만 올려받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 무역 전문가는 “트럼프가 협상 테이블 자체를 뒤집지 않고, 이미 각국이 동의한 조건들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라며 “법적 근거만 바꿔 사실상 같은 결과를 얻으려는 고도의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301조 조사 완료 시점을 5개월 기한 내로 설정하며, 이 일정 자체가 협상 카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은 ‘법적 리스크’보다 ‘차등 폭’에 주목
금융시장의 관심은 법적 타당성보다 실제 관세율의 차등 폭에 쏠려 있다. 베센트 장관이 언급한 대로 301조와 232조가 수천 건의 소송을 견뎌낸 만큼, 법원의 추가 제동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문제는 150일 후 등장할 국가별·품목별 관세율이다.
트럼프가 ‘상향 조정’이라는 표현을 쓴 만큼, 기존 상호관세(10~25%)보다 높은 수준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타깃 관세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설정되느냐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5개월 기간 동안 각국이 어떤 추가 양보안을 제시하느냐가 최종 관세율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