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과 강북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2월 들어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서울 25개 구 중 유일한 ‘마이너스’ 지역이 된 반면, 노원구 등 강북 저가 전세는 신규 물건이 거의 나오지 않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계획을 밝힌 지난달 23일 이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4만2784건에서 3만5904건으로 1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매 물건이 18.8%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입주자만 매수가 가능해진 데다, 다주택자들이 전세 물건을 매매로 전환하면서 전월세 시장 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입주 물량에 무너진 송파…전세 16억→13억 역주행
송파구의 전셋값 하락은 올해 들어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와 잠실 르엘(1865가구) 등 총 4543가구의 대단지가 연달아 입주하며 공급 과잉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송파구 전셋값은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지난주까지 4주 연속 하락했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는 입주 초기 16억~18억원에서 최근 13억~14억원대로 2억~4억원 떨어졌고, 잠실 르엘도 16억~17억원에서 14억~16억원으로 하락했다. 잠실 엘스와 리센츠는 지난해 말 14억~15억원에서 이달 12억~13억원으로 1억~2억원 내려갔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370만원 물건이 소화되지 않자 집주인이 결국 월세를 300만원으로 낮춰 계약했다”며 “학군 이사철이 끝난 뒤 석 달 이상 안 나가는 물건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서초 등 다른 강남권 고가 전세도 약세다. 6·27 대책 이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고 다주택자 급매물 증가로 매매가가 하락하자 고가 전세 수요도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구 전셋값 상승률은 0.02%로 보합에 가까웠고, 서초구는 0.13%로 3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했다. 용산구는 2주 만에 0.12%에서 0.02%로 급감했다.
“이사 못 가 눌러산다”…강북은 매물 한 자릿수
반면 전셋값이 2억~4억원대인 노원구 중계동·하계동 일대는 극심한 매물 부족을 겪고 있다. 3481가구의 중계그린아파트는 전월세 물건이 7건뿐이고, 2438가구의 중계무지개는 월세 없이 전세만 3건, 3315가구의 상계동 보람아파트는 공개된 신규 매물이 한 건도 없다.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학군 선호지역인데 1년 전보다 전셋값이 3천만~4천만원 오르다 보니 단지 내 이동도 적고 신규 물건도 귀하다”고 말했다. 상계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의정부 등 수도권 외곽에서 학교 때문에 이사오려는 사람은 많은데 다주택자가 매물을 회수하면서 거래할 물건이 거의 없다”며 “전셋값이 5천만원 뛰었는데 다른 곳은 더 비싸니 재계약하고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갱신계약 비중은 2024년 31.4%에서 지난해 41.3%로 높아졌고, 올해 1~2월은 49.3%로 절반에 육박했다. 전세 물건 감소와 대출 규제는 월세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1~2월 월세 비중은 46.1%에 달하며, 평균 보증금은 1억9920만원, 월세는 138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봄 이사철 앞두고 시장 불안 고조
시장에서는 3~4월 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 전월세 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여파로 신규 전월세 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등 불안 요소가 잠재해 있다”며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서초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월세 가격은 높고 정부 정책 변화로 시장이 어수선하다 보니 다수가 원래 살던 곳에 재계약으로 눌러살고 상급지로 이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전세 만기가 임박한 집주인들은 가격을 1억~2억원 낮춰 내놓지만 예전만큼 빨리 계약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