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들이 역대급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바람직하지 못한’ 다주택 보유에 주어진 특혜를 철저히 회수하겠다”고 직접 압박하면서, 오는 5월 10일부터 재개되는 양도세 중과(최대 82.5%)를 80여일 앞둔 다주택자들은 ①매도 ②증여 ③보유라는 세 갈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에 “사회악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다주택이 돈이 되게 만든 정치인들”이라며 “책임과 부담을 엄정하게 부과하고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타깃은 ‘갭투자→임대사업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다주택 보유’로 더욱 구체화됐다.
데드라인 D-80… 보유세도 2년새 78% 급등
2026년 5월 9일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마지노선이다. 5월 10일부터는 조정 지역 기준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가산돼 최고 82.5%의 세율이 적용된다. 238만명(2024년 기준)에 달하는 다주택자들이 이번 봄 이사철에 본격적으로 의사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 부담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재산세 45% 가정 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보유세가 2024년 1,007만원에서 올해 1,790만원으로 2년 만에 783만원(78%) 급증할 전망이다. 현재 69%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상향 조정되면 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다주택이 다 문제 아니다”… 과세 차등화 본격 논의
다만 정부는 일률적 규제 대신 ‘실사용 vs 투기’ 구분을 통한 과세 차등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은 “부모님 사시는 시골집, 자가용 별장, 소멸 위험 지역의 세컨드 하우스 등은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런 집을 팔라고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시적이거나 불가피한 사유로 다주택자가 된 경우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도권·대도시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똘똘한 한 채’는 1주택자라도 세 부담이 무거워질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 마련을 위해 외부 연구용역과 내부 검토 작업을 병행 중이며, 오는 7월 말 세제개편안 발표에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와 거래세(취득세) 개편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개편을 하는 게 합리적인지 살펴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매물 잠김 vs 호가 조정… 시장 분수령은 ‘봄 이사철’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행보가 시장의 단기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설 연휴 이후 의사결정을 마친 다주택자들이 본격 매물로 나서면 서울 외곽과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 조정 또는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이미 거래가 제약되어 “제때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매물이 잠기고, 강남 등 핵심지 ‘똘똘한 한 채’만 남는 역설적 부작용을 우려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주택자 정의부터 투기 수요를 어떻게 구분할 건지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잦은 정책 발표로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제 강화의 실제 속도와 강도는 봄철 매물 추이와 호가 조정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