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모터카가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보닛 전체에 레이저 각인을 적용한 비스포크 모델 ‘팬텀 아라베스크’를 공개했다. 현지시각 2월 12일 영국 굿우드 본사에서 선보인 이 차량은 프라이빗 오피스 두바이를 통해 의뢰된 단 한 대의 작품으로, 중동 전통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5년간의 기술 개발 끝에 완성됐다.
팬텀 익스텐디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팬텀 아라베스크는 롤스로이스가 초극한 개인화 전략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145~190마이크론(µ) 깊이의 정밀 각인 기술은 향후 비스포크 라인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럭셔리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전통 기법이 만난 현대 레이저 기술
팬텀 아라베스크의 핵심은 보닛 전체에 적용된 레이저 각인 기법이다. 롤스로이스 익스테리어 서피스 센터가 약 5년에 걸쳐 개발한 이 기술은 이탈리아 전통 기법 ‘스그라피토(Sgraffito)’에서 착안했다. 상부 도장면을 정밀하게 제거해 하단 색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빛의 각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질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공정은 짙은 색상의 베이스 도장 후 여러 겹의 클리어 코트를 입히고, 최상층에 밝은 색상을 더한 뒤 레이저로 문양을 새기는 순서로 진행된다. 145~190마이크론이라는 정밀한 깊이 제어는 도장의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후 수작업 샌딩을 거쳐 완성하는 방식은 공정 자동화와 장인 정신의 조화를 보여준다.
마슈라비야, 1천 년 전통을 자동차에 번역하다
팬텀 아라베스크의 디자인 언어는 중동 전통 건축의 대표 요소인 마슈라비야(Mashrabiya) 격자 문양에서 출발한다. 마슈라비야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프라이버시 보호, 빛 조절, 공기 흐름이라는 실용적 기능을 병행한 설계 철학을 담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이러한 문화적 가치를 자동차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했다.
외관은 하부 다이아몬드 블랙과 상부 실버의 투톤으로 마감됐으며, 손으로 그린 실버 코치라인에도 마슈라비야 모티프를 반영했다. 다크 크롬으로 마감한 일루미네이티드 판테온 그릴과 22인치 부분 광택 알로이 휠이 조화를 이룬다.
실내는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갤러리’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블랙우드와 블랙 볼리바르 목재로 완성한 아트워크에 마슈라비야 격자 패턴을 반영해 기하학적 미감을 강조했고, 셀비 그레이와 블랙 가죽 조합의 시트 헤드레스트에는 관련 모티프 자수를 적용했다.
토비아스 지헤네더 롤스로이스 익스테리어 서피스 센터 총괄 매니저는 “레이저 각인은 기술적 정밀함과 시각적 생동감을 동시에 구현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