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연 10% 급등
금통위 금리인하 결정 난관
경기 부진에도 금융안정 고려해야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주택 가격이 오르는 등 코로나19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던진 발언이 한국 경제의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경기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이미 들썩이는 서울 부동산 시장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회복 위해 금리 인하 카드 꺼냈지만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낮췄다. 한은이 17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모든 위원들이 경기 부진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찬성했다.
한 금통위원은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가운데 경제 성장세가 크게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하락 폭을 줄이기 위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다른 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관세정책 여파가 성장, 고용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명확하다”고 지적하며 통화정책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이 발목 잡아

그러나 이러한 금리 인하 결정 직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4주 이동평균치는 0.185%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10.2%에 달한다. 이는 금융안정 측면에서 한은이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6월 둘째 주에 전주 대비 0.26%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40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상승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5월 첫째 주 0.10% 미만이던 상승률이 불과 한 달 만에 6월 첫째 주에는 0.19%까지 높아졌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고삐 죄기 나서
이러한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에 금융당국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다주택자 대출 취급 자제를 당부했다.
또한 40·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지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즉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고, 금리도 일부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흐름은 다른 은행들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결국 한국은행은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이 추가로 상승한다면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은 8월에서 10월로 늦춰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가계부채 급증을 이유로 8월 금리인하를 건너뛰고 10월에야 인하를 단행했던 전례와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창용 총재는 당시 결정에 대해 “8월에 금리 인하를 쉬어가면서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동력을 막았다”며 “금융안정에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한 바 있다.
향후 금리 정책은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가계부채와 환율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될 전망이다.
경기 부양이라는 시급한 과제 앞에서도 금융안정이라는 큰 틀을 놓치지 않으려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