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심상치 않더니 “이게 왜 서울 한복판에?”… 이상징후 포착되자 ‘깜짝’

댓글 0

중부지방 노지에서 자란 바나나
작년부터 결실 맺은 열대과일
기후변화가 가져온 농업환경 변화
더위
서울 한복판 바나나 등장 / 출처: 연합뉴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동남아시아의 무더운 기후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서울 노원구의 한 주말농장에서 펼쳐지면서 방문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서울 노원구에 등장한 바나나 나무

지난 7월 30일 중복, 노원구 소재 천수주말농장을 찾았을 때 성인 남성 키의 1.5배에 달하는 바나나 나무가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더위
서울 한복판 바나나 등장 / 출처: 연합뉴스

널따란 잎 아래로는 이미 세 송이의 바나나가 열려 있었으며, 수십 개의 바나나가 한 뼘 크기로 자라고 있었다.

줄기 끝에는 성인 남성의 손바닥보다 큰 자주색 꽃이 매달려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날 낮 최고기온은 36도를 기록했으며, 바나나 나무 옆에 설치된 온·습도계는 35.8도의 온도와 73%의 습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원래 열대과일인 바나나는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로, 국내에서는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다.

더위
서울 한복판 바나나 등장 / 출처: 뉴스1

천수주말농장의 마명선 대표는 “올해 심은 바나나 나무 네 그루 중 세 그루가 살아남았고, 그중 하나에서 바나나가 열렸다”고 밝혔다.

반가운 현상 아닌 기후변화의 경고

바나나 나무가 결실을 맺은 것이 단순히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여름마다 폭염이 계속되는 이상 기후가 중부지방에서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바나나 재배에 적합한 환경은 섭씨 27도에서 35도 사이의 기온과 연 강우량 1700mm가 연중 고르게 분포하는 지역이다.

더위
서울 한복판 바나나 등장 / 출처: 연합뉴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국 연평균 기온이 14.5도로 집계되어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를 기록했다.

마 대표는 “바나나가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와 올해인데, 이것은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현상을 보고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를 넘어 서울까지… 전문가들의 우려

이러한 현상은 제주도에서 시작되어 이제 중부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이미 망고, 바나나, 파파야, 용과, 패션프루트 등 다양한 열대·아열대 과일 재배가 일반화되고 있다.

더위
서울 한복판 바나나 등장 / 출처: 연합뉴스

2024년 기준 제주도 내 망고 재배 면적은 약 61ha, 바나나는 약 11.4ha, 용과는 약 5.2ha에 달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작물의 상품성이다”라며 “열대작물들은 국내에서 상품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결국 중요한 것은 재해에 강한 기존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전문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농촌진흥청과 같은 국가 기관 주도로 기후 변화 속도에 맞춘 품종 연구와 개발, 그리고 보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자란 바나나는 우리에게 일시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변화하는 농업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하고 있다.

0
공유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