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이 약 3년 만에 가장 차가운 온도를 기록했다. 강남권 물량 공백과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이 시세 차익이 확실한 단지에만 집중하는 ‘옥석 가리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서울 아파트 1순위 일반공급 평균 경쟁률은 38.3대 1로 집계됐다. 607가구 모집에 2만3,234명이 청약한 수치로, 5.9대 1을 기록했던 2022년 4분기 이후 13개 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의 경쟁률 288.3대 1, 청약자 10만895명과 비교하면 시장 열기가 얼마나 급격히 식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강남권 물량 ‘제로’…전체 경쟁률 끌어내린 결정적 요인
1분기 경쟁률 급락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권 3구의 신규 분양 물량이 전혀 없었던 데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권 3구는 시세 차익이 크기 때문에 청약 수요가 집중되며 전체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작년 3분기 강남권 3구의 1순위 경쟁률은 631.6대 1로, 비강남권(146.2대 1)을 압도했다. 작년 4분기에는 비강남권(326.7대 1)이 강남권(277.6대 1)을 일시적으로 역전했지만, 당시 비강남권 분양은 약 3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됐던 동작구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 단 한 곳에 불과한 특수 사례였다.
대출 규제·분양가 피로감…선별적 청약 기조 뚜렷
주택 가액 구간별 차등 적용되는 대출 한도와 지속적인 분양가 상승에 따른 피로감도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은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 검증된 단지에만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이 같은 양극화는 이달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의 청약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30가구 모집에 3만2,973명이 몰리며 1순위 경쟁률 1,099.1대 1을 기록, 민간분양 기준 서울 아파트 역대 최고 경쟁률을 새로 썼다. 3.3㎡당 약 7,800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분양가상한제의 역설…비강남권이 강남보다 비싼 현상
분양가상한제가 낳은 역설적 현상도 주목된다.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강남권의 분양가가 오히려 강남권보다 높아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동작구 노량진동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의 전용 59㎡ 일반분양가는 19억5,660만~22억880만원으로, 같은 달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동일 면적(19억700만~20억4,610만원)보다 높게 책정됐다.
상한제 적용 지역은 택지비·건축비 상한으로 분양가가 억제되는 반면, 비적용 지역은 조합과 시공사가 협의해 가격을 정한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심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리얼투데이 구자민 연구원은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 확실한 곳을 고르는 선별적 청약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상급지로의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