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대출이 급감한 반면, 생애최초 주택 매수인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돈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다’는 주거 양극화 우려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생애최초 디딤돌 대출 건수는 4,567건에 그쳤다. 전년 동기(1만844건) 대비 57.9% 줄어든 수치다.
대출 총액도 같은 기간 2조212억원에서 6,518억원으로 67.8% 감소했다. 신혼부부 전세대출 역시 2025년 7월부터 8개월간 1조2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987억원) 대비 55.6% 쪼그라들었다.
6·27 대책이 촉발한 정책대출 절벽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 내 생애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LTV(담보인정비율)를 기존 80%에서 70%로 강화했다. 이를 정책대출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생애최초 디딤돌 대출 한도도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수도권 버팀목 전세대출 한도 역시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이 같은 규제 강화는 2024년 말 신생아 특례대출의 폭발적 수요로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49조원에서 10조원 미만으로 급감한 데 따른 조치였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집값 급등으로 디딤돌 대출 적용 대상인 5억원 이하 주택 자체가 줄면서 대출 규모 감소를 더욱 가속화했다.
정책대출 줄었는데 매수인은 늘었다
반전은 매수 현황에서 나타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전국 생애최초 매수인은 13만8,96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5,702명) 증가했다.
서울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전역이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음에도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인이 2만3,21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8,795명) 급증했다. 정책대출 없이도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의 구매력이 집중된 결과다.
저소득층은 시장서 밀려난다
계층 간 격차는 더욱 세밀한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연 소득 2,000만원 이하 신혼부부 대상 저소득층 전세대출은 517억원으로, 전년 동기(2,649억원) 대비 80.5% 감소했다. 해당 계층의 평균 대출금액도 1억4,798만원에서 9,022만원으로 39% 줄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책대출 한도 축소와 전세가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저소득 서민이 월세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욱 의원은 “근본적 주거안정 대책 없이 대출을 조이면서 정책대출에 의존하던 서민과 청년층은 내 집 마련 기회를 잃는 반면, 자금 여력이 있는 매수자들만 집을 사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