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청라동 소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당시 스프링쿨러 작동과 관련하여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인천소방본부는 지난 1일 발생한 화재 현장의 방재실에서 수행한 디지털 포렌식 조사 결과, 해당 아파트의 야간 근무자가 스프링클러 시스템과 연결된 ‘솔레노이드 밸브’를 인위적으로 잠근 것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화재 발생 당일 오전 6시 9분경 화재 신호가 수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야간 근무자가 방재실 내의 정지 버튼을 누른 사실이 확인됐다.
화재 신호가 정상적으로 수신됐더라도 정지 버튼을 누르면 연동된 솔레노이드 밸브가 작동하지 않아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비상 버튼은 오전 6시 14분에 해제됐지만, 그 사이에 발생한 중계기 선로의 고장으로 인해 스프링클러는 결국 작동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밸브 잠금으로 대응 지연
소방 당국은 화재 당시 소방 전기배선 일부가 훼손되어 수신기와 밸브 간의 신호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지하 2층의 수조에 충분한 양의 소화수가 존재하고, 소화 펌프가 정상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물 자국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파트나 큰 빌딩의 경우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화재 경보가 자주 발생하면서, 관리자들이 스프링클러와 경보기를 먼저 끄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19년 인천 남동공단의 세일전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도 마찬가지로 화재경보기와 연결된 복합수신기를 경비원이 고의로 끄면서 피해가 확산됐다.
소방 당국자는 “전기차 화재 직후 경보기는 울렸다”며 “경보음이 나자 관리사무소 야간 근무자가 스프링클러와 연결된 밸브를 잠그는 버튼을 방재실에서 누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시 스프링클러 역할 중요해
스프링클러 시스템은 불을 완전히 끄는 역할을 하진 못해도 화재의 확산을 억제하고 주변 온도 상승을 최소화 한다.
이번 화재 피해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시설은 ‘준비 작동식’이다. 화재 감지 시 소방 배관을 통해 소화수가 즉시 흘러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수조부터 특정 밸브가 설치된 구간(1차 측 배관)까지는 물이 채워져 있고, 스프링클러 헤드로 이어지는 나머지 배관(2차 측 배관)은 평소 비어 있는 형태다.
감지된 불길에 의해 스프링클러 헤드가 터지면, 소화수가 분출되어 불을 끄는 방식이다. 그러나 감지기, 밸브, 제어반 중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소화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한다.
현장 감식에 참여한 국립소방연구원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벤츠 전기차와 주변에 주차된 다른 차량 몇 대만 타고 진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자는 수신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아파트 관계자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하고 관련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인해 23명의 주민이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총 87대의 차량이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또한, 지하 설비와 배관이 녹아 정전과 단수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