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 데이’ 쇼크…CEO 경질에 AFP·로이터·가디언까지 긴급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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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탱크데이' 집중 보도
가디언 보도 화면, 뉴스1

5월 18일, 대한민국이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추모하는 바로 그 날. 스타벅스코리아 모바일 앱에는 ‘5.18 탱크 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텀블러 할인 이벤트 카피로 버젓이 등장했다. 한국 현대사의 두 국가 폭력 사건을 한 화면에서 상업적으로 소비한 이 사건은, 하루 만에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경질되고 AFP·로이터·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긴급 보도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두 개의 역사적 비극을 한 화면에 담다

논란이 된 프로모션은 2026년 5월 15~26일 진행된 ‘버디 위크’ 이벤트의 일환이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단테’, ‘탱크’, ‘나수’ 텀블러 시리즈를 최대 66% 할인가에 판매하면서, 5월 18일을 강조한 달력 이미지 옆에 ‘탱크데이’라는 문구를 배치했다.

문제는 단어 하나가 아니었다. ‘탱크’는 1980년 계엄군이 광주 도심에 장갑차·군용 차량을 투입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5·18 민주화운동을 즉각 연상시키는 상징어다. AFP통신이 인용한 공식 집계에 따르면 당시 시민 165명이 사망하고 65명이 실종됐으며, 실제 희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같은 화면에 등장한 ‘책상에 탁!’은 1987년 1월 경찰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며 내뱉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궤변을 정확히 겨냥한 표현으로 읽혔다. 이 두 문구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조합으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

CEO 경질·대통령 직격…외신 세 곳이 동시에 조명한 이유

파장은 신속하고 강렬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논란 제기 직후 ‘탱크데이’를 ‘탱크 텀블러 데이’로, ‘책상에 탁!’을 ‘작업 중 딱~’으로 교체했다가 결국 해당 이벤트 탭 자체를 삭제했다.

손정현 대표는 5월 18일 오후 사과문을 통해 “5·18 영령과 오월 단체, 광주 시민, 박종철 열사 유가족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고 밝혔으나, 이튿날인 19일 AFP는 그가 해임됐다고 전 세계에 보도했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 역시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한국 파트너사에 재발 방지를 강하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행태에 분노한다”고 직격했다. 외신들은 이를 한국 대통령이 글로벌 브랜드의 로컬 파트너를 공개적으로 질타한 이례적 사건으로 주목했다.

로이터는 이번 사안을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한 대중적 공분”으로 규정했고, 가디언은 광주·전남 추모 단체의 말을 빌려 “마케팅의 형식을 빌린 왜곡된 역사 인식”, “민주화 운동에 대한 악의적인 조롱”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과거 정치적 발언과 행보가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국내 분석도 함께 실었다.

브랜드 감수성 붕괴…구조적 문제가 낳은 참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카피라이터의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5·18과 박종철 사건은 한국 현대사 교육에서 거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기본 상식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두 문구가 기획·디자인·임원 승인의 전 단계를 거쳐 국가기념일 당일 앱에 노출됐다는 것은, 조직 전반의 역사적 감수성 부재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미국 본사의 100% 자회사가 아닌,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가 지분 다수를 보유한 라이선스 파트너 구조로 운영된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브랜드가 지분 구조상 로컬 파트너에 마케팅 권한을 상당 부분 위임할 경우, 본사가 사전 차단보다 사후 수습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프랜차이즈 모델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브랜드 평판은 결국 ‘스타벅스’라는 이름으로 귀결되고, CEO 해임이라는 초강수가 불가피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5.18 탱크 데이’ 사태는 기업 마케팅이 역사적 기억을 건드릴 때 불매운동을 넘어 정치·세대·지역 갈등과 맞닿은 국가적 의제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전례 없는 사건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약속한 내부 프로세스 개선과 역사 인식 교육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광주·호남 지역을 비롯한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이 기업의 생존을 가를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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