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살리자는 대통령, ‘전과자 될 판’이라는 교사…해법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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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습체험 논란
이재명 대통령 / 연합뉴스

소풍도 못 가고, 수학여행도 못 가는 학교가 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현장체험학습 확대를 주문했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은 냉랭한 반응이다. ‘왜 못 가냐’는 진단이 빗나갔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호소, “장독 없애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체험학습·수학여행 기회 확대를 직접 주문했다. 그는 “구더기 생길까 봐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안전 요원 보강, 인력 추가 채용, 시민 자원봉사 협조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게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교육부에 각별한 관심을 촉구했다. 단체 활동과 현장 체험이 중요한 학습임을 강조한 발언이다.

교사들 “구더기에 물리면 전과자 된다”

그러나 교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문제의 핵심이 안전 요원 수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에게 쏟아지는 형사책임이라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그 구더기가 교사 자리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전과자가 되게 하는 극악한 상황이 현실”이라고 직격했다.

전교조가 4월 21일 발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교사의 89.6%가 체험학습 중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이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체험학습 현장에서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李대통령 현장체험학습 독려에도 교사들은 여전히 절레절레…왜 / 뉴스1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같은 입장이다. 교총은 “교사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현실이 교사들을 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 교원단체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판례가 증명한 냉혹한 현실

교사들의 우려는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니다. 2025년 강원 속초의 한 초등학교 체험학습 중 학생이 숨진 사고에서 담임교사는 금고 6개월을 선고받았다. 2023년 전남 목포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숲 체험 중 원아가 사망한 사고에서도 인솔교사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두 사건 모두 교사가 의도적으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였음에도 교사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러한 판례가 쌓일수록 현장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기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해법은 법적 면책…교육부 5월 발표 주목

수학여행 / 연합뉴스

교원단체들이 요구하는 핵심 해법은 명확하다. 전교조는 교육활동 중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교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총은 여기에 더해 현장체험학습 안전 의무 기준의 법제화, 체험학습 관련 소송에서의 국가책임제 도입 등 실효적인 면책권 확보를 촉구했다.

교육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 면책을 강화하고 체험학습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하고 있으며 5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실제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5월 발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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