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규제 드디어 풀렸다”… 자영업자들 매출 올릴 ‘새로운 기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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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본격 시행
스타벅스 애견 동반 매장/출처-스타벅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스타벅스 매장. 출입문에는 ‘예방접종 완료 반려동물에 한해 출입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2층 50평 규모의 펫존(PET ZONE)에서는 반려견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고객 3명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반려견 모찌와 함께 방문한 최경일 씨는 “그동안 눈치를 봐야 했는데, 공간이 분리돼 있어 편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3월 1일, 반려동물과 함께 음식점에 출입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오랫동안 유지됐던 원칙적 금지 조항이 사라진 것이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를 맞아, 소비자 요구를 제도권에 편입시킨 역사적 변화다. 하지만 자유로운 출입은 아니다. 예방접종을 완료한 개와 고양이로 한정되며, 까다로운 시설 기준을 충족한 업소만 신고 후 영업할 수 있다.

업계는 이번 제도 시행을 반려동물 산업 확대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비반려인들의 위생과 안전 우려도 여전하다. 과연 이 제도는 1,500만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외식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오랜 금기 깨트린 ‘자율신고제’, 시범사업이 증명한 안전성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본격 시행
출처-연합뉴스

그동안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반려동물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식품접객업소에서 동물 출입을 허용하려면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야 했고, 일반 음식점·카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이 때문에 반려인들은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는 ‘반려동물 동반 카페’를 찾거나, 야외 테라스에서만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그 결과 반려동물 출입 음식점의 위생과 안전 수준이 개선됐다는 판단 아래 제도 확대를 결정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제도권에 편입시켜 위생관리 수준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상태였다. 김용재 식약처 차장은 현장 점검에서 “자율제도로 운영되기에 소비자는 출입구 표시판을 확인하고, 영업자와 반려인은 정부 기준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전용의자·케이지 필수, 이동 금지… 까다로운 기준 준수가 관건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본격 시행
출처-연합뉴스

제도 시행이 곧 자유로운 출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은 예방접종을 완료한 개와 고양이로만 대상을 한정했고, 업소는 반려동물 동반 출입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테이블 간격을 확보해 다른 손님·반려동물과의 접촉을 방지해야 하며, 전용 의자나 케이지, 목줄 고정장치 또는 별도 전용공간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특히 매장 내에서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은 금지된다. 정해진 자리에만 머물러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1차 영업정지 5일, 2차 10일, 3차 20일의 벌칙이 부과된다. 식품취급시설에 출입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기타 규정 위반 시에는 1차 시정명령, 2차 영업정지 5일, 3차 10일의 단계적 조치가 내려진다. 개물림이나 반려동물 간 충돌 사고에 대비한 책임보험 가입과 긴급 비상연락망 구비는 권고 사항이지만,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사실상 필수로 여겨진다.

스타벅스 구리갈매DT점 직원들은 이날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모든 손님에게 예방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김지은 씨(가명)는 “시범사업 때부터 운영해왔지만, 아직 법 시행을 모르는 손님도 있어 접종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확대 vs 중소업소 부담… 양극화 우려도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본격 시행
할리스 공덕경의선숲길점 반려견 출입안내문/출처-할리스, 연합뉴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미 2024년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50평 규모의 펫존을 운영해왔다. 유상엽 대외협력팀 팀장은 “법 시행 전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제는 체계가 마련돼 제도가 안착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규찬 점포개발 담당은 “동반 출입 업소가 늘어나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매장 확대 의지를 시사했다.

문제는 중소 음식점과 카페의 부담이다. 50평 규모의 별도 공간을 마련하거나, 전용 의자와 케이지 등을 구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시범사업을 통해 노하우를 쌓았지만, 소규모 업소는 제도 이해도조차 낮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카페는 빠르게 펫존을 확대하겠지만, 동네 소형 카페나 음식점은 비용과 공간 문제로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반려인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있거나, 털이나 냄새에 민감한 고객들은 공간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공간 설계와 운영 매뉴얼이 정교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반려동물 동반 출입 제도는 1,500만 반려인 시대의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진일보한 변화다. 하지만 제도의 성공적 안착 여부는 결국 업소의 기준 준수와 반려인의 책임 의식, 그리고 비반려인과의 상생 노력에 달려 있다. 자율신고제인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업계의 자발적 참여가 뒷받침돼야만 새로운 외식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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