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0일, 경기 연천에서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되며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이 지진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었다. 1978년 계기관측 이후 수도권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로, ‘수도권은 지진 안전지대’라는 오랜 통념을 흔든 사건이었다.
기상청이 25일 발간한 ‘2025 지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총 79회로 최근 3년 중 가장 적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숫자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과거 지진이 드물었던 부안, 장수 등에서 산발적 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이번 연천 지진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가장 큰 지진이었던 충남 태안 해역 규모 3.7 지진은 인천에서 진도 Ⅳ를 기록하며 수도권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은 1982년에도 규모 4.0 지진이 발생한 바 있어, 지진 재현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3년 중 최저 수준이지만 방심은 금물
2025년 규모 2.0 이상 지진 79회는 2023년 106회, 2024년 87회와 비교하면 확실히 감소한 수치다. 규모 3.0 이상 지진도 4회에 그쳐 2007년 이후 가장 적었다. 기상청은 이를 “북한지역과 동해해역 지진의 감소”로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이 10회로 가장 많았지만,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 이후의 급증세를 고려하면 여진이 점차 진정되며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륙과 해역 지진은 각각 43회, 36회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남한 내륙에서는 22회가 발생했다.
하지만 1999년 이후 연평균 72.8회보다는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규모 2.0 미만까지 포함하면 총 889회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도권 내륙 최대 지진이 던진 경고
연천 지진은 수도권에 사는 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진앙지인 연천에서 진도 Ⅳ가 관측됐고,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 진도 Ⅳ는 잠자는 사람 대부분이 깰 정도로, 실내의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수준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국내 어느 지역에서도 많은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평소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지진이 빈번하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최근 산발적으로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 전국 어디서든 지진 대비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태안 해역 지진 역시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해 인천, 서울, 경기, 충남 전역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해역 지진이라도 육지와 가까우면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올해부터 강화되는 지진 조기경보 체계
기상청은 올해부터 ‘지진현장경보’ 대국민 서비스를 도입한다. 진도 Ⅵ 이상의 강한 지진이 예상될 경우 진앙 인근 지역에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으로, 지진조기경보 시간을 더욱 단축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진도 Ⅵ는 서 있기 힘들고 가구가 움직이며 벽에 균열이 생기는 수준으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강도다. 이번 서비스는 특히 진앙 지역 주민들이 더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전국 단위 지진조기경보보다 더 정밀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 셈이다.
지진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지진 활동이 과거보다 활발해지고 있고, 예측 불가능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조기경보 시스템 고도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일본과 대만처럼 지진이 잦은 국가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정밀한 조기경보 체계를 운영해왔다.
2025년은 수치상으로 최근 3년 중 지진이 가장 적었지만, 수도권 내륙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하며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깨진 해로 기록될 것이다. 강원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만큼, 이제는 전 국민이 지진 대비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평소 비상용품을 준비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