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사진 한 장으로 만리장성을 함께 걷고,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춤추는 영상까지 만들어낸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
5살 포메라니안을 키우는 직장인 권모(32)씨는 최근 스마트폰 앱으로 반려견의 이른바 ‘견생샷'(반려동물 인생사진)을 제작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권씨는 “실제 스튜디오는 수십만 원에 예약도 번거롭지만, AI 서비스는 클릭 몇 번으로 고화질 사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AI 콘텐츠 생성, 수요 폭발적 증가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지난 3월 4일 ‘봄꽃 스튜디오’와 ‘미용실’ 콘셉트 필터를 출시한 직후 일주일 만에 이용자 1인당 콘텐츠 생성 수가 전주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두바이 쿠키’ 반려동물 콘셉트는 3월 18~24일 한 주 동안 생성 수가 전주 대비 무려 92% 폭증했다.
에이블리 AI 스타일 필터는 지난해 11월 ‘거울 셀카’ 콘셉트로 시작해 ‘월요일 퇴근길’, ‘첫 드라이브’ 등 다양한 테마로 확장 중이다. 현재 봄 시즌을 겨냥한 ‘벚꽃 반려동물’ 콘셉트 필터 출시도 준비 중이다.
챗GPT·동영상 AI까지…플랫폼 다변화
글로벌 생성형 AI 서비스 챗지피티(ChatGPT)와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도 활발하다. 이용자들은 SNS에서 반려견의 품종, 털 색깔, 배경 등을 상세히 묘사한 ‘프롬프트(명령어)’를 공유하며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나눈다.
동영상 생성 AI 플랫폼 ‘클링(Kling)AI’와 ‘위닛’ 등을 통해 반려견이 춤추는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도 화제다. 관련 콘텐츠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수십만~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절의 움직임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기술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단순 재미 넘어 ‘펫로스증후군’ 치유 수단으로
AI 반려동물 콘텐츠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심리 치유의 도구로도 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는 상실감, 이른바 ‘펫로스증후군’ 극복에 AI 기술이 활용되는 것이다.
울산반려동물문화센터는 지난 3월 22일까지 ‘AI로 떠나는 반려견과의 추억여행’ 사진전을 열었다. 5~6월에는 AI로 반려견과의 추억을 담은 노래·영상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펫 웰다잉 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성기창 센터장은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이라도 AI 기술로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행복한 감정을 시각화해 상실감을 치유하고 긍정적인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는 사업화를 위한 기술 신뢰도가 핵심 과제라고 지적한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A업체는 지난해 초 AI 이미지 제작 서비스를 선보였다가 “실제 반려견 모습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서비스를 중단, 현재 재검토 중이다. 현재 국내 반려인 수는 약 1,5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시장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정교한 기술력 확보 없이는 소비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기술과 ‘펫휴머니제이션’ 트렌드의 결합은 반려동물 콘텐츠 시장을 단순 오락에서 치유, 추모, IP 비즈니스까지 아우르는 복합 문화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 흐름이 얼마나 깊이 일상에 뿌리내릴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