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후보물질 세계 3위 한국”… ‘이것’만 뚫어내면 글로벌 제약 시장 휩쓴다

댓글 0

AI 생성 썸네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신약 하나를 만드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들고, 성공률도 낮다. 이 ‘제약 산업의 딜레마’를 인공지능(AI)이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김도현 책임은 최근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에 기고한 글에서 “AI 신약 개발은 궁극적으로 약 가격 인하로 이어질 잠재력을 지니며, 모든 인류가 질병의 고통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의료 민주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파폴드의 노벨상 수상,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

2024년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는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 개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인류가 수억 년간 진화하며 쌓아온 단백질 구조의 비밀을 AI가 단 몇 년 만에 해독한 것이다.

KAIST, 엔비디아 GPU 256장 받아 AI 신약 개발 도구 만든다 | 연합뉴스
KAIST, 엔비디아 GPU 256장 받아 AI 신약 개발 도구 만든다/출처-연합뉴스

김 책임은 이를 두고 “신약 개발의 주도권이 물리적 실험실에서 방대한 데이터와 연산력 기반의 컴퓨터로 완전히 넘어왔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정재호 교수도 “AI는 단순한 초기 탐색 가속화를 넘어, 후기 임상 실패 위험을 개발 초기에 미리 걸러내는 ‘전주기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폭발적 성장, 한국은 ‘9위’ 현실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은 2023년 약 2조1900억 원에서 2030년 13조4400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30% 이상의 고속 성장으로, 전체 제약 산업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냉혹하다. 2015~2024년 AI 신약 관련 논문 발표 건수에서 한국은 1,016건으로 세계 9위에 그쳤다. 미국(9,094건), 중국(5,211건)과의 격차는 압도적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질적 차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임상시험·환자 데이터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전임상 연구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신약 후보물질 보유 건수 세계 3위라는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신약 개발 새 지평…약물 후보 알아서 설계하는 AI 기술 개발 - 뉴스1
신약 개발 새 지평…약물 후보 알아서 설계하는 AI 기술 개발/출처-뉴스1

반면 중국은 2025년 12월 AI를 활용한 비만 치료 신약을 임상 3상에 진입시켰고, 미국 인실리코메디슨은 2023년부터 폐섬유증 치료제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경쟁국들은 이미 한발 앞서 달리고 있다.

‘데이터 사일로’ 타파와 융합 인재 육성이 관건

김도현 책임은 AI 신약 개발 혁신을 현실화하기 위한 4가지 구조적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유전체 데이터 등 의료 데이터의 비식별화·가명 처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전한 활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약사의 임상 노하우, IT 기업의 AI·컴퓨팅 파워, 병원·연구소의 기초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산·학·연 통합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각 기관이 데이터를 독점하는 ‘데이터 사일로’ 현상을 타파하지 않으면 한국의 AI 신약 개발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더불어 규제 당국이 ‘설명 가능한 AI(XAI)’ 기술 적용을 의무화하고, 약학·생명과학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AI 신약 개발 융합 전공’을 신설해 하이브리드 전문 인재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신약 개발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치솟는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희귀질환 치료의 문턱을 낮추는 ‘건강 불평등 해소’의 열쇠다. 한국이 데이터 인프라 정비, 규제 혁신, 인재 양성이라는 세 과제를 얼마나 신속히 풀어내느냐에 따라,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이 판가름 날 것이다.

0
공유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