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아침에 계좌가 동결되고, 해제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했던 피해자들이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탓에 아무 잘못 없이 금융거래가 막혀버린 것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상황이 이제 개선된다.
5영업일 내 심사 결과 통보…처리 기한 첫 도입
금융감독원은 5월 3일,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 지급정지 해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달 중 은행권을 시작으로 전 금융권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핵심 변화는 처리 기한의 신설이다. 지금까지는 지급정지 이의신청에 대한 별도의 업무 처리 기한이 없었다. 피해자가 소명자료를 제출해도 결과를 언제 받을지 기약이 없었던 셈이다. 앞으로는 충분한 소명자료와 이의제기 신청서를 제출하면 5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다.
‘통장협박’·’통장묶기’…계좌 동결을 악용한 신종 범죄
이번 개선책의 배경에는 계좌 동결을 악용한 신종 범죄 수법이 있다. ‘통장협박’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타인의 계좌에 무단 입금해 계좌를 동결시킨 뒤, 지급정지 해제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통장묶기’는 사적 보복 목적으로 타인의 계좌를 마비시키는 행위다. 소액만 입금해도 계좌 전체가 묶이는 제도적 허점을 노린 것으로, 피해자는 생계와 직결된 금융거래조차 차단당하는 피해를 입는다.
서류 부담 줄이고, 일부 동결만 적용하는 ‘부분지급정지’ 도입
소명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 기존에는 용역 대가를 증빙하기 위해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재직증명서, 고용계약서를 모두 제출해야 했다. 앞으로는 세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해 제출하면 된다. 다만 AI를 이용한 공문서 위·변조 가능성에 대비해 심사 담당자가 필요 시 추가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지급정지’ 제도도 새롭게 도입된다. 통장묶기 피해가 의심될 경우, 범죄 의심 금액만 선별해 지급정지하고 나머지 잔액은 즉시 해제하는 방식이다. 입금액이 소액이고, 과거 지급정지 이력이 없으며, 나머지 거래 내역이 생계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 적용된다.
금감원은 피해 예방을 위해 개인 계좌번호를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매장 홈페이지 등 외부에 노출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출처 불명의 입금이 발생하면 절대 인출하거나 이체하지 말고, 즉시 금융회사에 연락해 반환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울한 계좌 동결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번 제도 개선은 반가운 조치다. 그러나 처리 기한 신설과 서류 간소화만으로 복잡해지는 범죄 수법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소비자 스스로 계좌 정보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