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분열과 회복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보수·진보 갈등을 심각하게 느끼면서도, 삶의 만족도는 전년 대비 뚜렷하게 상승했다. 갈등과 행복이 공존하는 이 역설적 풍경이 2025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3월 31일 발표한 ‘2025 한국의 사회지표’는 우리 사회의 명암을 수치로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회 갈등은 깊어졌지만, 일상의 회복과 삶의 질은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보수·진보 갈등, 8개 항목 중 압도적 1위
지난해 국민이 가장 심각하게 인식한 사회 갈등은 ‘보수와 진보’ 간 갈등으로, 인식률이 80.7%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77.5%) 대비 3.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조사 항목 8개 중 가장 높다.
‘빈곤층과 중·상층’ 갈등 인식률은 74.0%, ‘근로자와 고용주’는 69.1%로 뒤를 이었다. 특히 근로자·고용주 갈등 인식률도 전년 대비 2.7%포인트 올랐다. 세대별로 보면 19~29세는 이념·환경·세대 갈등에 민감했고, 30대는 계층·노사·지역 갈등에, 50대는 남녀 갈등에서 인식률이 가장 높았다.
삶의 만족도 80.8%…외로움은 줄고, 여행은 늘었다
갈등 인식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개인 삶의 질 지표는 뚜렷하게 개선됐다. 지난해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0.8%로, 전년(75.6%)보다 5.2%포인트 상승했다. 외롭다고 느끼는 비율은 16.9%로 전년(21.1%)보다 4.2%포인트 감소했다.
일에서도 보람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9.4%로 전년 대비 3.1%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수준별로는 월 500만~600만원 미만 계층의 삶 만족도(85.5%)가 가장 높았으며, 월 600만원 이상(84.2%)이 뒤를 이었다. 중상위 소득층에서 삶의 만족감이 집중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여행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지난해 13세 이상 인구의 70.2%가 국내여행을 경험했으며, 해외여행 경험률은 31.5%로 2년 전(15.1%)의 두 배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가 만족도 역시 39.4%로 2년 전(34.3%)보다 5.1%포인트 높아졌다.
주거 불안·범죄 증가…안심할 수 없는 일상
긍정 지표 이면에는 우려스러운 신호도 포착된다. 2024년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중이 3.8%로 전년(3.6%)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확대된 것으로, 주거 취약 계층의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범죄 발생도 증가세다. 2024년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3,343건으로 전년 대비 7.1%(222건) 늘었다.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6.3배로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됐고,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도 15.8%로 변화가 없었다. 집값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사교육 지표에서는 이례적인 하락세가 나타났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5.7%로 전년 대비 4.3%포인트 하락했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45만8,000원으로 3.5% 감소했다. 다만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구조적 격차는 여전히 유지됐다.
‘2025 한국의 사회지표’는 우리 사회가 개인 삶의 질 회복이라는 긍정적 흐름 속에서도, 이념 갈등 심화와 주거·치안 불안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족도 수치 뒤에 가려진 사회적 균열을 직시하는 것이 진정한 회복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