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어딘 줄 모르고 끝없이 떨어지던 엔화가 며칠새 급등했다. 앞으로도 엔화가 계속 800원대를 유지하리라 믿었던 예비 여행객들은 갑자기 900원대로 엔화가 급등하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6.1원을 기록했다. 제로 금리 정책을 유지하던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원/엔 환율은 지난 일주일 사이에 7%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860원대에 머물렀던 원/엔 환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여행 경비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일본 여행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본 엔화, 7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지난 5일(현지시간), 일본 엔화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 대비 3.3% 상승하며 141.7엔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10일 161.69엔을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이 약 20엔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 하락은 달러 대비 엔화가치 상승을 뜻한다.
일본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슈퍼엔저’에서 방향을 틀어 엔화의 가치가 급등했다. 이로 인해 일본 증시의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는 12.2% 급락하며 1987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맞았다.
아시아 주요 금융시장도 대혼란에 빠졌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8% 넘게 하락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대만의 가권지수도 8% 이상 급락했다.
이러한 시장의 급락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빠르게 청산되는 상황 속에서 발생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인 엔화나 중국 위안화 등을 저렴하게 빌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호주 달러화나 멕시코 페소화 등에 투자하여 차익을 얻는 투자 전략이다.
일본 중앙은행, 금리 인상 자제 발언에 “엔화 내려갈 것”
일본이 금리를 인상한 뒤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일본 중앙은행은 금융시장 환경이 불안정할 경우 금리 인상을 자제할 수 있다는 입장 발표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는 7일, 한 강연에서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현 수준에서 금융완화를 계속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치다 부총재의 금리인상 자제 발언은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0.0∼0.1% 정도에서 0.25% 정도로 인상한 데 따른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우치다 부총재 발언 후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며 엔/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 전략가는 “금융시장 급변 속에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조정 의사를 분명히 한 점은 안도할 만하다”면서 “엔화 가치는 내려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