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2026년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50만 4000원을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남권은 평균 250만원에 달하는 고액 월세 시장이 형성된 반면, 외곽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이 급감하며 세입자들의 선택지가 사라지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 다주택자 규제, 전세 대출 관리, 전세 사기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2025년 서울 전체 주택의 월세 거래 비중은 64.4%로, 2023년 56.2%, 2024년 60.3%에서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권 월세 250만원 시대… 서울 평균의 2배 육박
강남권의 월세 수준은 서울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강남구 266만 3000원, 서초구 258만 9000원, 용산구 268만 1000원, 송파구 208만 6000원으로, 강남3구와 용산구의 평균은 약 250만원에 달한다. 이는 서울 평균보다 10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역세권, 학군지, 브랜드 단지를 중심으로 월세 200만~300만원대가 일상화됐으며, 월세 500만원 이상 고액 계약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경우, 보증금 1억원 기준 월세가 280만~3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월세 비중은 2023년 42.3%에서 2025년 44.8%로 완만히 증가했지만, 비아파트(빌라·다세대·오피스텔)는 같은 기간 63.7%에서 74.8%로 급증하며 월세가 ‘기본값’으로 자리잡았다.
전세 매물 40% 증발… “외곽도 전세 찾기 어려워”
전세 매물 급감은 월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 2만 9569건에서 최근 1만 7832건으로 39.7% 감소했다. 특히 성북구(-90.6%), 관악구(-80.8%), 노원구(-78.3%) 등 외곽과 중저가 지역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청년과 신혼부부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전세를 찾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정책적 규제와 시장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고, 다주택자 세제가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의 전세 공급 동기가 약화됐다. 여기에 전세 대출·보증 규제와 2020년대 중반 전세 사기 사건의 후폭풍이 더해지며 전세 시장 신뢰가 무너졌다. 대학가의 경우 평균 월세가 67만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이화여대 인근은 79만원까지 치솟았다.
2027년 입주 물량 급감… 월세 시대 고착화 우려
수급 측면에서도 ‘월세 시대’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2026년 2만 7158가구에서 2027년 1만 7197가구로 36.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 물량 기준으로 9961가구가 줄어드는 셈이다. 입주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전세 공급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구조적 변화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전세 매물 감소와 입주 축소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전세 시장에서 선택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며 “세입자들은 강남의 고액 월세와 외곽의 월세 전환 사이에서 사실상 월세 외 대안을 찾기 어려운 구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H 매입임대주택의 월세가 21만~26만원 수준으로 시세의 30%에 불과해, 정책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