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했냐고요? 쉬었어요”
일할 생각도, 구직할 생각도 없는
한국의 청년들, 과연 그 이유는?
한 회사에서 5년이 넘게 근무했던 20대 청년 A씨는 지난 6월 퇴사를 결심했다.
상사와의 갈등,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야근에 야근 수당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회사에 질릴 대로 질려버렸다는 A씨.
지금까지 모아왔던 돈으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A씨는 지난 2개월간 구직조차 하지 않았다.
A씨는 “일자리를 다시 알아보고 구직에 나서야 하지만, 무서워서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제 다시 구직을 시작할지 아직 모르겠다는 A씨, 그처럼 일을 하지도, 구직에 나서지도 않는 청년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18일 통계청에서는 경제활동인구를 조사하며 일하지도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지난 일주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물었다.
이에 단순히 “쉬었다”라고 답한 15~29세 청년은 무려 44만 3천 명으로, 역대 7월 중 가장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과 비교해도 더 높은 수치다. 2020년 7월 당시 ‘쉬었다’고 답한 청년은 44만 1천 명이었다.
그냥 쉬었다고 답하는 청년 중에는 구직의 의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44만 명 중 무려 33만 명이 일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않는 이유는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이 맞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이 42.9%를 기록하기도 했다.
팬데믹도 끝났는데, 청년들은 왜?
쉬고 있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것은 단지 우리나라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하던 때에 맞춰 발생한 경제 위기가 긴 휴식의 원인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팬데믹 당시 한 번 경직되었던 취업 시장은 2022년, 팬데믹이 해제되면서 녹아내리는 듯싶었다.
2022년 당시 ‘쉬었다’고 답한 청년들은 36만 명으로, 확실히 코로나 감염증이 완화되면서 구직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었다.
하지만 2022년 당시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역대 최대로 많은 청년이 쉬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 위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청년들의 첫 일자리가 그 뒤의 청년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첫 일자리의 임금, 기업 규모, 고용 형태가 미래의 고용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면서,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으로 경력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30인 미만의 중소 규모 사업체에서 첫 일자리를 시작한 청년들은 63.9%에 달하며, 이런 경력이 청년들을 위축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채용, 임금 결정 등에 유연성을 키우는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