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면 돈 된다” 줄줄이 모여들자 말 바꾼 서울시, 달라지는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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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0시부터 토허제 확대 재지정
지정 기간 9월 30일까지…
정부·서울시 “필요시 기간연장 적극 검토”
토지거래허가구역
출처 – 연합뉴스

23일 밤,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분주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루 뒤면 이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인다. 집을 사고팔기 위해선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방식, 이른바 ‘갭투자’도 금지된다.

정부는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선 “한 달 만에 상황이 뒤바뀌었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사례 보니…’거래량은 급감, 가격은 오히려 상승’

토지거래허가구역
출처 – 연합뉴스

24일 0시를 기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가 전면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서울시가 구 단위 전체를 대상으로 허가구역을 설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은 2천200여 개 아파트 단지, 약 40만 가구에 달한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허가 절차만을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다. 실거주 요건도 강화됐다. 주거지역 기준 6㎡ 이상의 아파트를 거래하려면, 구청장의 허가는 물론 2년 이상 직접 거주할 실수요자만 매수할 수 있다.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기존 주택을 1년 내 처분해야 매입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사실상 무주택자만 거래가 허용되는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출처 – 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달 토허제를 일부 해제한 이후 강남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방침 전환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래량 급감과 함께, 대출 규제로 인한 혼란도 커졌다.

강남 3구와 용산이 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가장 먼저 흔들린 건, 갭투자를 계획했던 매수자들이다.

23일까지 계약을 마무리 짓고,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 보증금과 대출을 활용하려던 이들은, 하루아침에 ‘규제 3종 세트’에 갇히게 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출처 – 연합뉴스

허가구역 지정 하루 전날인 23일, 강남과 용산의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들썩였다. 거래를 서두르려는 매수자들과 매물을 내놓으려는 집주인들이 몰리면서, 중개업소들은 북새통을 이뤘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날까지 전세를 끼고 사야 하는 매수자들이 물건을 찾으며 ‘오늘 안에 계약하자’는 요청이 빗발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잠실 엘리트 단지(엘스·리센츠·트리지움) 전용 84㎡는 최고가 대비 3억~4억 원 낮은 가격에 계약이 이뤄졌다. 마감 직전 막차를 타려는 이들이 밀려든 것이다.

용산구 한강로2가도 마찬가지였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당장 토허제가 시행되면 거래가 막힐 거라는 불안감에, 매도자들이 시세보다 1억~2억 원 낮은 가격에 급히 팔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조치가 집값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0년 6월,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을 때도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잠실동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규제 시행 전 2년간 4천456건에서 시행 후 814건으로 80% 이상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치동은 오히려 매매가가 23.8% 상승했다. 규제 전보다 더 높은 상승률이다.

이러한 패턴은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입지가 뛰어난 지역일수록 거래만 막힐 뿐, 가격은 재건축 호재나 수요에 따라 꾸준히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출처 – 연합뉴스

정부는 오는 9월 30일까지를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으로 못박았다. 하지만 시장에선 “6개월 뒤에도 규제가 풀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지난달 강남 규제를 풀었다가 집값 상승의 ‘폭발성’을 경험한 이상, 쉽게 풀진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그 사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누적된다는 점이다. 집값 상승을 우려해 미리 움직였던 사람들, 상급지로 옮기려던 갈아타기 수요자들, 조건부 전세대출을 믿고 계약했던 이들이 현재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충격 요법보다는 정밀 타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 고비는 6개월 뒤다. 서울시가 이번 규제의 실효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기준으로 지속 여부를 판단할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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