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강국 한국,
베트남·사우디 등
신규 원전 사업 논의 본격화

“우리는 단순히 발전소를 세운 게 아닙니다. 한국전력의 글로벌 리더십과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한 의미 있는 결과물입니다.”
UAE 아부다비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한전 관계자의 이 말은 한국 원전 기술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전력이 30년간 쌓아온 해외사업 노하우가 이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원전 수주 선봉장 한전, 새 시장 개척 나서
한국전력은 29일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 원전 도입 희망국들과 신규 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수주로 국내 최초 원전 수출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거둔 이후 더욱 확장된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한전 측은 “UAE 바라카 원전 사업 경험과 축적된 역량을 토대로 여러 국가들과 진지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곧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온다습한 기후와 사막의 모래폭풍, 전력 주파수 차이 등 국내와 현격히 다른 환경을 극복한 기술력이 새로운 수주에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누적 매출 46조, 경제 파급효과 30조 넘어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전의 해외사업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95년 필리핀 말라야 발전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15개국 33개 프로젝트로 확장된 한전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는 2024년 기준 누적 매출 46조 8000억 원에 달한다.
투자 회수율도 131.9%를 기록해 수익성도 입증됐다. 더욱 주목할 점은 국내 기업과의 동반 진출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30조 5000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한전의 성과는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수주한 해외 프로젝트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2 열병합, 사다위 태양광, 루마/나이리야 가스복합, 미국 괌 요나 태양광 등으로, 이들 사업의 지분매출 기대효과는 6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 6GW 규모의 해외 사업을 수주해 2009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친환경·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한전은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적 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탈탄소·분산화·디지털화라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이미 2021년에는 272km에 이르는 UAE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 송전망 사업을 4조 2천억 원 규모로 수주해 HVDC 분야 최초의 해외 진출 기록을 세우며 기술 다각화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동현 UAE 해외송전망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UAE는 ‘에너지 전략 2050’을 통해 청정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 간 균형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으며, 바라카 원전과 해저송전망 사업은 이 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전은 이러한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중동 전역에 디지털 발전소와 송전망, 에너지 저장장치 수출을 연계한 종합 에너지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은 이제 단순한 발전소의 의미를 넘어 UAE 전체 전력의 25%를 담당하는 국가 에너지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중동이라는 까다로운 시장에서도 통용된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으며, 향후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전력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