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주택 시장이 막판 출구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급매 처분과 증여가 동시에 늘며 다주택자들의 자산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올해 1월 1일 5만 7001건에서 현재 7만 7010건으로 35.1% 증가했다. 성동구(86.7%), 송파구(76.4%), 서초구(65.3%), 강남구(43.8%) 등 핵심 지역의 매물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허가 ‘신청’ 만으로 유예 인정…정부 마지막 창구 넓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다주택자가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면 잔금·등기 이전에도 양도세 중과 유예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허가 승인에 통상 2~3주가 소요돼 실질적인 매도 가능 기간이 4월 중순으로 앞당겨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앞서 5월 9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잔금과 등기를 최장 4~6개월까지 허용하는 보완책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의무를 완화해 전세를 준 주택도 매도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급매 소화 속 증여 급증…’똘똘한 한 채’ 정리 가속
세금 부담이 커지자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1345건으로 3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강남3구와 마포·광진 등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70대 이상 고령 다주택자가 30·40대 자녀에게 자산을 넘기는 흐름이 뚜렷하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보유세 부담이 커지다 보니 다주택자들이 ‘더 버티느니 세대별로 한 채씩 정리하자’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학군과 입지가 좋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리 물려주고 한 채만 남기려는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 매물 출회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이미 급매는 상당 부분 소화된 만큼 시한 연장으로 추가로 나올 매물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5월 9일 이후 세금·대출 압박…장기 관망세 진입 전망
5월 9일 이후에는 세제와 대출을 동시에 조이는 핀셋 압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수도권·규제지역 공적 전세대출 보증 제한과 전세·정책대출의 DSR 편입 범위 확대를 동시에 검토 중이다.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한 추가 매수 여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재정당국도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 보유세 인상 카드를 고민하고 있어 고가 주택의 세 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축소와 보유세 부담 증대가 맞물리면서 서울 주택 시장이 ‘단기 분출 후 장기 관망’이라는 불안한 균형 속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했다. 강남3구 등 핵심 입지로의 자산 압축은 가속하는 반면, 비핵심 지역은 거래 절벽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