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닭고기, 계란까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축산물 가격이 또 한 번 상승 압력에 직면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과 유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국내 사료 가격이 빠르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양계·양돈용 등 축종별 사료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당 597원에서 올해 2월 615원으로 3.0% 상승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원가 부담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추가 상승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유사한 가격 급등 시나리오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가·운임·원료값, 세 방향에서 동시 압박
중동전쟁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국내 사료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첫째는 물류비 급등이다. 사료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일본까지 옥수수 선적료가 전쟁 이전 톤당 25달러에서 47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고 전했다.
둘째는 원료 가격 상승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사료 주원료인 대두박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톤당 315.2달러로 연초 대비 8.3% 올랐고, 옥수수도 1부셸당 4.52달러로 3.4% 상승했다. 유가 급등으로 옥수수 기반 바이오에탄올 수요가 늘어난 데다 지난해 미국의 파종 면적 감소로 수출량까지 줄면서 공급 불안이 가중됐다.
셋째는 환율 문제다. 국내 사료 원료는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환율이 오를 때마다 수입 원가가 직격탄을 맞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분기 국제 곡물값 6.4% 추가 상승” 전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2분기(4~6월) 국제 곡물 선물가격지수가 전분기 대비 6.4%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료 공급 차질로 인한 곡물 재배 면적 감소와 바이오연료 수요 확대가 동시에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최근 일부 업체들이 이미 4~5%가량 가격을 인상했다”며 “다른 업체들도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7월 말까지 사용할 비료 물량은 계약이 완료돼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지만, 8월 이후에는 유가·환율·해상운임 상승이 반영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축산물 ‘연쇄 인상’ 현실화되나…소비자 부담 가중 우려
사료 가격 상승은 곧 축산물 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료비가 축산물 생산비의 40~60%를 차지하는 만큼, 원가 부담 증가는 소비자 가격 상승 압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축산물 물가는 심상치 않다. 지난달 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했고, 한우 안심은 100g당 1만4천352원으로 1년 전보다 21.8%나 올랐다. 닭고기(+15.4%), 돼지고기 앞다릿살(+4.3%), 계란 한 판(+4.0%)도 나란히 상승세다.
축산업계 관계자들은 사료 가격 인상이 가시화되면 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농식품부는 무기질비료 가격 보전 사업과 업계 원료구입자금 확대 등으로 농가 경영비 부담 완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구조적인 수입 의존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가 반복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