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세계화 전략의 새로운 이정표
식품 수출 호황 속 미국발 관세 위기
동남아 시장 확대로 돌파구 모색
“한국의 맛을 전하는 관문”이란 슬로건이 싱가포르 최대 유통매장에 걸렸다. 롯데마트가 17년 만에 새로운 동남아 국가에 진출하며 K푸드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농식품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확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식품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싱가포르에 첫발 내디딘 ‘롯데마트 익스프레스’
롯데마트는 15일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 ‘NTUC 페어프라이스’가 운영하는 대형 할인점 ‘페어프라이스 엑스트라’ 비보시티점에 한국 식료품 전문매장 ‘롯데마트 익스프레스’ 1호점을 개장했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직접 출점 방식과 달리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는 이 매장은, 현지 대형 유통사와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이날 열린 개장 기념식에는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 비풀 차울라 NTUC 페어프라이스그룹 대표이사 등 양측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협력의 의지를 다졌다.
45평 규모의 이 공간에는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상품들이 주력으로 배치됐다.
특히 개방형 주방과 식사 공간으로 구성된 ‘요리하다 키친’에서는 떡볶이, 김밥, 닭강정 등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 음식을 선보인다.
롯데마트의 전문 요리사들로 구성된 푸드이노베이션센터에서 개발한 조리법으로 정통 한국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K푸드,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
롯데마트의 싱가포르 진출은 동남아시아 시장 확장 전략의 성공적인 연장선이다.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현재 두 국가에서 각각 48개, 15개의 점포를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러한 확장세는 실적으로도 이어져 지난해 동남아시아 점포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19.6%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매출 9.5%, 영업이익 20.6% 상승하는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은 한국 농식품 전체의 글로벌 약진과 맥을 같이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식품 수출액은 24억 8천만 달러(약 3조 6천억 원)로 작년 동기 대비 9.6% 증가해 역대 1분기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라면(27.3%↑), 연초류(14.5%↑), 소스류(9.1%↑) 등이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
특히 라면은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이 확대되며 3억 4천400만 달러(약 5천억 원)의 놀라운 수출액을 달성했다.
미국발 관세 위기, 새로운 도전
하지만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K푸드의 글로벌 진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미국이 한국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7월 8일까지 유예 기간을 둔 상태다.
이는 한국 식품업계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15억 9000만 달러(약 2조 2000억 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으며, 미국은 지난해 일본, 중국을 제치고 한국 농식품의 1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특히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한국 기업들은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한 체감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내수 시장의 한계 속에서 해외 수출은 필수 전략이었으나,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는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숙명여대 서용구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국가로 수출선을 다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 강화와 충성 고객 확보를 통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롯데마트의 싱가포르 진출처럼 아시아 시장을 비롯한, 관세 장벽이 낮은 새로운 시장 개척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