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이틀 전 사상 처음 8,9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가 4일 장 초반 8,600대로 급추락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 재고조, 브로드컴발 AI 모멘텀 균열, 원/달러 환율 급등이 동시에 덮치면서 증시 전반에 강한 하방 압력이 작용했다.
오전 9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0.91포인트(1.83%) 내린 8,640.58을 기록했다. 한 달 사이 7,000선에서 8,900선까지 가파르게 오른 랠리가 첫 변곡점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유가·금리·환율 ‘3중 악재’가 동시 점화
이번 급락의 방아쇠는 중동에서 당겨졌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쿠웨이트 미 공군기지와 바레인 미 해군 5함대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2.4% 급등해 배럴당 96.02달러에 마감했다. 원유 급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자극과 추가 금리 인상 우려를 키웠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03%포인트 오른 4.49%로 올라서며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상회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ADP가 공개한 5월 미국 민간 고용은 전월 대비 12만 2천 명 증가해 작년 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예상 밖의 고용 호조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더욱 후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여파로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21% 하락했고, S&P 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0.74%, 0.89% 내렸다.
외국인 19거래일 연속 매도…2020년 코로나 이후 최장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급등한 1,53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1,530원을 넘어선 것은 약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5월 초 중동 긴장이 잠시 완화됐을 당시 환율이 1,461원대까지 내려갔던 것과 비교하면, 중동 리스크의 재점화가 원화 가치에 얼마나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원화 약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1조 8,509억 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7일 이후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팔자’로, 역대 10번째로 긴 연속 순매도이자 2020년 3월~4월 코로나 공황기(30거래일) 이후 약 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급 구조를 단순한 ‘한국 이탈’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는 518억 원을 순매수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조정과 브로드컴 시간 외 주가 하락, 달러/원 환율 1,530원대 재진입 부담 등에 장중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 IT 급락 vs 코스닥 역행…’스타일 로테이션’ 주목
코스피 내에서는 업종 간 극명한 온도 차가 나타났다. 정보기술(IT) 업종이 7.79% 급락했고, IT서비스(-6.95%)와 통신(-5.76%)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전날 사상 처음 37만 원을 돌파했던 삼성전자는 이날 2.77% 하락해 35만 원대로 후퇴했고, SK하이닉스도 3.90% 내리며 220만 원대로 밀려났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방한을 앞두고 협력 기대감으로 사전 급등했던 LG전자(-13.12%), NAVER(-8.56%), 현대차(-4.80%)는 차익 실현 매물에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이날 정규장 마감 후 브로드컴이 다음 분기 AI 반도체 매출 전망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시간 외 거래에서 13% 급락한 점이 국내 반도체·AI 관련주 전반에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23.42포인트(2.28%) 오른 1,049.45를 기록하며 역행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9억 원, 748억 원을 순매수하는 가운데 에코프로(+4.08%), 에코프로비엠(+2.53%) 등 2차전지주와 주성엔지니어링(+12.24%), 알테오젠(+1.12%) 등이 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