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월 들어 이틀 연속 패닉셀(공황 매도) 직격탄을 맞았다. 3일 -7.24%에 이어 4일 -12.06%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일간 낙폭을 경신했고, 이틀 누적 낙폭은 약 20%에 달했다.
코스피는 4일 종가 5,093.54로 5,000선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 코스피·코스닥 동시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중단)도 2024년 8월 이후 19개월 만에 발동됐다.
외국인 매도 5조 받아내던 개미, 하루 만에 800억으로 쪼그라들다
전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 5조원 이상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던 개인투자자들은 4일 순매수 규모를 797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반등을 기대했던 지수가 오히려 역대 최대 낙폭으로 추락하자 매수 의지 자체가 급격히 꺾인 것이다.
장중에는 개인투자자가 일시적으로 순매도로 전환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전형적인 저점 매수 심리가 연이은 폭락 앞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한다.
32조8000억 ‘빚투 잔고’…기대에서 공포로 180도 반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8,04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3일 22조1,859억원에서 불과 6개월 만에 10조원 이상 불어난 수치다.
문제는 신용거래의 구조적 위험성이다. 주가를 담보로 잡은 증권사는 주가 폭락 시 손실 최소화를 위해 해당 주식을 강제 청산(반대매매)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강제 청산은 약 이틀 뒤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면서도 “3~4일 연속 폭락 후 회복하지 못하면 청산 우려는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4일 오전 8시부터 신용거래융자 신규 매수와 신용거래대주 신규 매도를 일시 중단했다. 자본시장법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합계액은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할 수 없는데, 이 한도를 소진한 탓이다. NH투자증권도 5일부터 신규 매수를 중단하고, 신한투자증권 역시 한도 소진 임박을 고지한 상태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구조적 취약성까지…’이중 충격’ 분석
이번 폭락의 직접적 촉발 요인은 중동 지정학 리스크다.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합동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부상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극대화됐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이 더 크게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iM증권 김준영 분석가는 전쟁 장기화 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공급 측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경기 전반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대매매가 증시의 전반적 추세를 바꾸는 변수는 아니다”라면서도 “일시적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의 기술주 집중 구조와 높은 신용거래 잔고 등 구조적 취약성이 외부 충격을 증폭시킨 것으로 분석한다. 강제 청산 시점으로 지목되는 3월 5~6일이 추가 낙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