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유가 충격이 국내 주유소까지 번지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이 리터(L)당 2천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가 27일 0시를 기점으로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국내 에너지 가격 정책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2차 최고가격 지정안을 발표했다. 보통휘발유는 1,934원, 자동차용·선박용 경유는 1,923원, 실내 등유는 1,530원으로 각각 설정됐으며, 1차 기준(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등유 1,320원) 대비 모든 유종이 210원씩 상향됐다.
공급가 상한 올랐는데…소비자가는 왜 2천원을 넘나
이번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가격의 상한선이다. 주유소가 여기에 운영비와 마진을 더해 판매하는 구조상 최종 소비자가격은 공급 상한선을 웃돌 수밖에 없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차 최고가격제 경험상 최종 소비자 가격은 2,000원대 초반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없었을 때와 비교하면 휘발유는 약 200원, 경유와 등유는 약 500원 수준의 인하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경유·등유에 집중된 정책 배려…유류세 인하 폭도 차등 확대
정부는 이번 2차 최고가격 산정에서 화물차 운전자와 농어민, 난방 취약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경유와 등유에 정책적 배려를 집중했다.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기준으로 경유의 가격 인상률이 휘발유보다 훨씬 높았지만, 정부는 경유 유류세 인하 폭을 10%에서 25%로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도 기존 7%에서 15%로 늘렸다. 아울러 어민들의 유류비 부담 경감을 위해 이번 2차 최고가격 대상 유종에 선박용 경유를 새로 추가했다.
‘재고 있는데 가격 올리면 의심’…무관용 감시 체계 가동
1차 최고가격제(3월 13일~26일) 시행 결과, 전국 주유소의 89%가량이 가격을 내렸으며 휘발유 평균 인하 폭은 71.26원, 경유는 93.43원에 달했다. 양 실장은 이를 두고 “국제 석유 가격 인상의 충격이 예측 불가능하게 닥치지 않도록 안전판·방어판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2차 시행과 동시에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1차 시행 기간 중 저렴하게 확보한 재고가 있음에도 27일 0시 이후 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주유소를 집중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양 실장은 “주유소마다 보통 5일에서 2주 분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27일이나 28일부터 바로 가격을 올리는 곳은 의심스러운 주유소로 보고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