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 역대 최고 판매 실적
현지화 통해 경쟁력 높여
한때 ‘저가 브랜드’라는 오명을 떠안았던 현대차와 기아가 11월 미국 시장에서 나란히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섰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8만 4천11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8% 증가했고, 기아 역시 7만 10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보다 20%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친환경차와 SUV 판매의 폭발적 증가세다.
현대차의 경우 하이브리드 차종 판매가 전년 대비 114% 급증했고, 전기차 판매도 70% 늘어났다.
투싼 하이브리드는 무려 227%의 경이로운 성장률을 보였으며, 싼타페 하이브리드(64% 증가), 아이오닉5(110% 증가), 엘란트라 N(140% 증가) 등도 호조를 보였다.
현대차그룹 20년의 성장… 비결은?
현대차그룹은 1990년대 후반부터 품질 향상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최고 경영진부터 생산직 직원까지 전사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의 빅3와 일본 자동차 업체들과 견줄 만한 품질 수준에 도달했다.
199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암흑기에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과감한 행보를 보이며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실직 시 차량을 반납할 수 있는 파격적인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불안에 떨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러한 결단력 있는 전략이 지금의 성공을 이끌어냈고 기아도 SUV와 친환경차 라인업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SUV 판매가 38% 증가했고, 친환경차 판매는 45% 늘어나며 특히 카니발 MPV(45% 증가), EV6(46% 증가), 스포티지(28% 증가), 텔루라이드(31% 증가) 등이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값싼 차’ 오명 벗긴 현지화 전략
현지화 전략도 성공의 열쇠였는데,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충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의 랜디 파커 CEO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하며 “내년에 출시될 미국산 아이오닉9의 글로벌 데뷔가 기대됩니다.”고 덧붙였다.
기아 미국판매법인의 에릭 왓슨 영업 담당 부사장도 “텔루라이드와 최근 공개한 EV9 GT를 기반으로 더 큰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한때 ‘값싼 차’라는 이미지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품질과 디자인, 성능 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J.D. Power 초기품질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품질을 인정받았고, 스팅어와 텔루라이드 같은 모델들로 디자인 혁신까지 이뤄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며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