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조치가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을 단숨에 꺾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16포인트 급락하며, 2022년 7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121.2포인트, 올해 1월 124.3포인트로 2개월 연속 상승하던 지수가 석 달 만에 급반전하면서 정부 정책의 즉각적 파급력이 입증됐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집값 전망을 나타내며, 100을 넘으면 상승 예상자가 하락 예상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2월 지수 108은 장기 평균(107)보다 1포인트 높은 수준이지만, 두 달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 심리가 급속히 냉각됐음을 보여준다.
양도세·1·29 대책이 부른 ‘심리 반전’
한국은행은 이번 지수 급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1·29 부동산 대책’을 지목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 중단을 예고하면서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집값 상승 폭이 실제로 둔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22년 7월 당시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금리 급등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 전환하면서 지수가 16포인트 하락했다. 이번에는 금리가 아닌 정책 변수가 동일한 규모의 충격을 가한 셈이다. 단기 정책 발표만으로 3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 나타난 것은 부동산 시장이 정부 규제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반적 경기 심리는 ‘개선세’ 유지
흥미로운 점은 주택 시장에 대한 기대가 급락한 반면, 전반적인 소비 심리는 오히려 개선됐다는 사실이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올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증시 활황이 지속되면서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5포인트, 향후경기전망은 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와 별개로 실물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 영향으로 105로 1포인트 올랐으며,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동일했다. 부동산과 전반 경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분리되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시장 영향 지켜봐야” 신중론 고개
전문가들은 이번 지표 급락이 실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흥후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소비자들의 주택 가격 하락 기대가 실제 주택 시장 수급에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심리 지표의 급락이 실제 거래량 감소와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심리 위축에 그칠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 직후 나타난 즉각적 반응인 만큼, 향후 2~3개월간 실거래 데이터와 전세 시장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정책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실제 행동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