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에 돈이 더 들어오고 있는데도 적자가 14조원에 달한다. 세수 호조라는 긍정적 신호와 국가채무 1312조원이라는 무거운 현실이 동시에 펼쳐지며, 한국 재정의 구조적 딜레마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9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따르면, 올해 1~2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10번째 수준이다. 다만 총수입이 총지출보다 더 큰 폭으로 늘면서 적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조9천억원 줄었다.
전문가들은 세수 개선이 단기 청신호임은 분명하지만, 절대적 채무 규모와 금리 상승이라는 구조적 압력이 여전히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한다.
세수 어디서 늘었나…증권·부동산·소비 ‘트리플 호조’
올해 1~2월 총수입은 121조6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조6천억원 증가했다. 국세수입은 71조원으로 전년 대비 10조원 늘며 세수 호조를 이끌었다.
세목별로는 근로소득세 증가와 부동산 거래량 확대에 따른 양도소득세 호조로 소득세가 2조4천억원 늘었다. 부가가치세는 환급 감소와 수입액 증가로 4조1천억원 증가했다. 2026년부터 시행된 증권거래세율 인상과 거래대금 폭증이 맞물리며 증권거래세도 1조2천억원 뛰었다.
세외수입과 기금 수입도 각각 5조3천억원, 3조3천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총지출은 128조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2조원 증가했으나, 수입 증가 폭이 이를 웃돌며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1312조 채무에 금리 상승까지…차입 조건 악화
2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보다 26조5천억원 증가한 1312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재정 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은 GDP 대비 채무 비율이 5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5년 내 60%대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3월 국고채 금리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전월 대비 상승했다. 이는 정부의 차입 비용 증가로 직결되는 요인이다.
1~3월 국고채 발행량은 61조5천억원으로 연간 총발행 한도의 27.2%를 이미 소진했다. 상반기에 발행이 집중되는 구조인 만큼, 금리 상승 국면에서 차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국고채 이탈, 추경 변수까지…하반기가 관건
3월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잔액은 전월보다 7조원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 변동성 확대와 환율 불안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해석하며, 향후 국고채 소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수치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국회에서 추경이 의결되면 오는 6월 발표되는 4월 기준 재정수지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재정수지에 추가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올해 1~2월 세수 호조가 증권거래세 인상과 부동산 거래 회복이라는 일시적 요인에 상당 부분 기댄 만큼, 경기 흐름과 자본시장 변동성에 따라 하반기 세수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