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한창 잘 나간다는데,
“우리나라 말고 해외로 갈래요”
“굳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이익 볼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 거지”, “이번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서 국내 주식에서 눈 돌린 사람들 많을 듯”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에서 모두 수익성을 추구하는 ‘탈한국’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이전된 자산 규모는 약 52조 3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배나 늘어난 수치로, 많은 투자자가 국내 규제를 피해 바이낸스와 같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것이다.
특히 해외 거래소에서는 높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해 소액으로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이로 인해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도 사라진 상황이다.
해외 이전 가속화, 불안한 국내 투자 환경
트럼프 당선 이후 암호화폐뿐 아니라 미국 주식 시장으로 향하는 국내 자금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천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주식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국내보다 해외에서 수익을 추구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기관 투자자의 시장 진입이 활발해진 반면 국내에서는 법인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졌다.
올해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한국은 법인의 비트코인 직접 투자가 금지돼 있어 이 격차가 더욱 심화됐다.
올해 상반기 해외로 이전된 가상자산은 54조 8천억 원에 달하며, 지난해 말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연말까지 100조 원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낮은 국내 증시 수익률과 높은 해외 투자 매력에 힘입어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국내 투자자의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시행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한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세우더라도 실제로 시행되지 않으면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암호화폐는 그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