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대구의 석유류 물가가 1년 전보다 11.7% 폭등하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석유류 물가상승률은 9.9%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10월(10.3%)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급등의 배경으로는 미국-이란 군사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달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충격을 일부 완충했다고 밝혔으나, 이달 들어 2·3차 상한이 높아지면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대구 11.7% vs 제주 5.4%…지역 편차의 숨겨진 이유
14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상승률은 대구(11.7%)가 가장 높았고, 인천(11.2%), 울산(10.9%), 충남·전북(10.8%) 순으로 전국 평균(9.9%)을 웃돌았다. 반면 제주는 5.4%, 서울은 7.9%로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전년 동월 대비 지수를 비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에도 기름값이 비쌌던 지역에서는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월 평균 주유소 보통 휘발유 가격은 서울이 L당 1천875.81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호르무즈 봉쇄 우려’가 쏘아 올린 국제유가
이번 국내 유가 급등의 방아쇠는 중동發 지정학적 위기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발언을 쏟아내면서, WTI(서부텍사스산유)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113.97달러까지 치솟았다. 2022년 6월 이후 약 3년 10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핵심 리스크로 지목한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힐 경우 국제유가에 극단적인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수입 원유 가격이 이중으로 압박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정부 ‘가격 상한제’ 카드…효과는 제한적
정부는 지난달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대응에 나섰다. 이달 10일부터는 3차 가격을 동결 시행 중으로, 휘발유 L당 1천934원, 경유 1천923원, 등유 1천530원이 상한선이다.
그러나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 상한 가격이 오히려 단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보유한 나프타 재고가 2~3주 분량에 그치는 상황에서, 중동 정세가 추가로 악화될 경우 공급 충격이 물가에 재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시장에서는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