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이벤트 당첨금 62만원을 지급하려다 62만 개의 비트코인(약 60조원)을 잘못 보낸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은 사고 발생 35분 만에 거래를 차단했지만, 이미 80여 명의 당첨자가 비트코인 1,788개를 발 빠르게 현금화한 뒤였다. 문제는 이들이 받은 돈을 법적으로 되돌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빗썸 관계자는 9일 “비트코인을 받아 즉시 처분한 고객들과 일대일로 접촉해 반환을 설득하고 방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빗썸은 반환을 거부하는 고객을 상대로 법적 절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오후 7시 발생한 이번 사고로 249명의 당첨자에게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3%에 달하는 규모가 한꺼번에 지급됐다.
7일 새벽 4시 30분 기준 빗썸은 오지급된 62만 개 중 99.7%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125개(약 130억원)는 여전히 되찾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는 당첨자 80여 명이 본인 은행 계좌로 출금한 30억원가량의 현금도 포함됐다. 일부는 비트코인을 판 돈으로 약 100억원 상당의 알트코인을 재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상 반환 의무는 명확… “부당이득 인지 가능했다”
법조계에서는 빗썸의 민사상 회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일종의 ‘착오 송금’에 해당하며, 랜덤박스 이벤트가 1인당 2천~5만원으로 명시돼 있었던 만큼 거액의 비트코인을 받은 당첨자 본인이 이를 부당이득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빗썸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 나설 경우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승소할 경우 고객은 비트코인을 판 돈을 반환해야 할 뿐 아니라 회사 측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실제로 빗썸은 반환을 거부하는 고객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 처벌은 ‘글쎄’… 2021년 판례가 변수
논란의 핵심은 형사 처벌 가능성이다. 대법원은 2021년 12월 잘못 송금된 비트코인 14억원어치를 본인 계정으로 이체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가상자산이 법률상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으며, 형법 적용 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례 변경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당시 법원은 가상자산을 형법상 ‘재물’로 보지 않았지만, 이후 사회적 인식 변화나 법·제도 정비 수준을 고려하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이후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인프라가 상당히 구축됐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스템 부실 지적과 업계 긴급 점검
이번 사고는 빗썸의 시스템 부실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빗썸이 자체 보유한 비트코인은 175개에 불과하고, 고객 위탁분을 포함해도 4천200여 개 수준이다. 오지급된 62만 개의 14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사전 승인 체계나 금액 검증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사고 파장이 커지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일제히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빗썸 측은 예상 고객 손실액 약 10억원을 전액 보상하고, 사고 발생 시간대(오후 7시 30분~45분)에 저가 매도한 고객에게는 매도 차액에 10%를 더한 ‘패닉셀 특별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가상자산 거래 시스템 전반의 안전성 강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