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중동 데이터센터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직접 타격을 입으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중동 진출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사무실을 일시 폐쇄하고 원격근무로 전환했으며, 아마존은 중동 전역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데 따른 보복 공격의 여파다. 이란은 중동 지역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겨냥한 무차별 공격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빅테크의 핵심 인프라까지 표적이 됐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이란이 과거 송유관·정유시설 중심의 공격에서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로 타깃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드론이 뚫은 ‘클라우드 요새’…AWS 복구에 수주 걸릴 듯
AWS가 입은 피해는 단순 시스템 다운 수준을 넘어선다. UAE에서는 데이터센터 2곳이 드론 공격으로 직접 타격을 받았고, 바레인에서는 1곳이 인근 드론 폭발로 인프라 손상을 입었다. AWS는 2일 성명을 통해 “인프라 시설의 구조적 피해가 발생했으며,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복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AWS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동 지역 금융기관들이 정전 피해를 입었으며, 업계에서는 완전 복구까지 수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공격을 계기로 해당 지역에서 빅테크의 확장 속도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항공정보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공습 이후 중동 지역 항공편 1만1천편 이상이 취소됐고, 두바이에서 구글 클라우드 행사에 참석했던 일부 구글 직원들은 현지에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6,000명 거점 둔 엔비디아, 사무실 폐쇄하고 직원 안전 확보
엔비디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스라엘은 미국 외 지역에서 엔비디아의 최대 연구개발 거점으로, 약 6,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2019년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멜라녹스를 인수하며 이 지역을 AI 칩 개발의 핵심 기지로 육성해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 위기대응팀이 24시간 체제로 중동 지역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모든 직원과 가족들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마존 역시 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튀르키예, 이스라엘 등 중동 전역 사무실 직원들에게 원격근무를 지시하며 현지 정부 지침을 따르도록 했다.
72조 AI 투자 계획에 먹구름…빅테크 중동 전략 재검토
이번 사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중동을 인공지능(AI) 컴퓨팅의 지역 허브로 키우려던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마존은 OpenAI와 500억 달러(약 72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하며 UAE를 중심으로 AWS 인프라 확충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물리적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투자 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AI 칩 ‘H200’ 대중국 수출 제한(고객당 75,000개) 검토 소식과 맞물리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됐다. 실제로 엔비디아 주가는 이란 분쟁과 수출 규제 우려로 5.5~6.9% 급락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에너지 시장에도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LNG 운송료가 하루 만에 2배로 급등했으며, 프리시전 LNG컨설팅의 리처드 프랫 고문은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선박 항행 거리 증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정세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빅테크의 신규 투자는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