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9천만 원이 5천만원 대로
중고 전기차 최대 8.4% 하락
당분간 약세 흐름 전망

최근 중고차 도매시장에서 일하는 A씨의 이마에는 주름이 더 늘었다.
그는 “이 차는 출고가가 9천만 원이 넘는 차량입니다. 지금은 약 5천만 원 후반대인데 그래도 문의가 없습니다”라며 “자동차 경매시장에서 27년 일했습니다. IMF에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진짜 힘듭니다”라고 토로했다.

12일에 발표된 케이카의 중고차 시세 보고에 따르면, 중고 전기차 가격이 전달 대비 최대 8.4%까지 하락했다.
이는 휘발유 모델의 1.2%, 경유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각각 0.8%, LPG 모델의 0.6% 하락과 비교했을 때 최대 14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고차는 매달 평균 1% 정도의 감가가 일반적인데, 중고 전기차는 이보다 더 높은 감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충전 인프라 및 출고가 인하 해결되야

업계에서는 중고 전기차 시세가 앞으로도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중고 전기차 시세의 큰 폭 하락은 전기차 시장의 부진에 대응하여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일시적으로 증액하고, 업체들이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로 보인다.
신차의 실 구매 가격이 낮아지면서, 이것이 중고차 시세 산정의 기준점이 되어 중고차 가격도 함께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를 찾는 소비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올해 9월 기준 하이브리드차의 신규등록은 전기차보다 20만여대 더 많았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7.1% 증가한 수치이다.
중고차 플랫폼인 케이카 관계자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중고 전기차 시세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다”라며 “정부의 일시적인 보조금 정책이나 할인 이벤트보다 출고가를 인하하고 충전 인프라 등을 확충해 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선해야 가격 방어가 가능해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또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 전환은 글로벌 완성차들의 현재 목표이다. 각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충전 인프라까지 충족되면 전기차 시장은 다시 한번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