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發 유가 급등… 전기차 시대, “예상보다 빨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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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에 세계 전기차 시장 회복세…내년 신차 비중 30→35%" | 연합뉴스
중동전쟁에 세계 전기차 시장 회복세…내년 신차 비중 30→35%”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중동의 포성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2,200원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3년 넘게 침체됐던 세계 전기차 시장에 뚜렷한 반등 신호가 켜졌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6년 4월 7일, 올해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수치 수정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소비자의 에너지 불안 심리를 자극하면서 전기차 수요 전환을 수년 앞당기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침투율 전망, 해마다 격차 벌어진다

SNE리서치의 신규 예측치는 시간이 갈수록 기존 전망과의 격차가 확대된다. 2027년 기준으로 기존 30%에서 35%로, 2028년에는 34%에서 41%로 각각 5~7%포인트 높아졌다. 2035년에 이르면 신규 예측치 85% 대 기존 67%로 무려 18%포인트의 차이가 벌어진다.

이를 실물 시장과 연결하면 의미는 더욱 선명해진다.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70만 대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국내 시장도 2025년 신규 등록 전기차가 22만 177대로 전년 대비 50.1% 급증하며 침투율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13.1%)에 진입했다. 2023~2025년 3년간의 침체 흐름이 완전히 꺾인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전망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전망 변화 / SNE리서치, 연합뉴스

숫자로 보는 전기차 경제성, 유가가 판을 바꿨다

전기차의 본질적인 매력은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SNE리서치는 기아 EV5와 가솔린 모델 기아 스포티지 1.6T를 비교해 유가 변동이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EV5는 스포티지보다 초기 구매가가 수백만 원 높다. 하지만 유가가 리터당 1,600원일 때 이 가격 차이를 회수하는 데 2년이 걸리던 것이, 2,000원으로 오르자 약 1년 2개월로 단축됐다.

10년 총소유비용(TCO) 비교에서는 격차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포티지는 유가 1,600원 기준 5,900만 원, 2,000원 기준 6,500만 원이 드는 반면, EV5는 유가 수준과 무관하게 10년간 4,400만 원에 그친다. 최대 2,100만 원의 차이다.

기아 EV5 10월의 차 선정
EV5/출처-기아

심리적 쏠림이 시장을 움직인다

숫자 이상의 변화도 감지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쟁 이후 최종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문의가 실질적으로 증가했으며, 국내외 자동차 딜러들도 전기차 모델 주문량을 기존 대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는 소비자 심리 차원을 넘어 공급망 재고 주문이라는 실물 신호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향후 유가가 안정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기차의 조기 도입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 유가 하락이 오더라도 한 번 각인된 에너지 불안 심리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앞당긴다는 의미다. 이는 2028년 이후 전기차 침투율 41% 돌파라는 전망과 맞닿아 있으며, 내연기관 부품 공급망의 구조적 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동의 전쟁이 역설적으로 전기차 전환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유가 급등이 초기 구매 부담을 상쇄하고 심리적 전환점을 만들어내면서, 전기차 시대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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