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관세 장벽을 정면 돌파하는 대신, 현지 생산을 통해 우회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이 7월 22일 발표한 보고서는 이를 단순한 ‘관세 회피’가 아니라, 전기차와 로봇까지 포괄하는 장기 공급망 재편 전략으로 규정했다.
중국 승용차 수출은 2020년 60만대에서 2025년 574만대로 5년 만에 10배 급증했다. 2026년 1~5월에도 337만대를 수출하며 전년 동기 대비 66.8%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관세 45%·50%… 각국이 문을 잠그기 시작했다
수출 급증에 맞서 각국은 일제히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현지 조달 비율 70% 이상을 요구하는 로컬 콘텐츠 규칙 도입을 추진 중이다.
브라질은 2026년 7월부터 신에너지차(NEV) 수입관세를 35%로 상향했고, 멕시코는 2026년 1월부터 중국산 승용차에 50% 관세를 적용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도 관세 인센티브와 현지 생산 의무를 결합한 정책으로 전환하며 중국 완성차의 직접 수입을 견제하고 있다.
BYD·지리·체리, 15조 베팅으로 현지 공장 짓는다
중국 업체들은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현지 기업 인수나 생산기지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5년 10월 이후 해외 프로젝트를 공개한 완성차·부품 업체만 15개 이상이며, 계획 투자액 합계는 700억 위안(약 15조3천억원)에 달한다.
BYD는 헝가리·태국·브라질·인도네시아에, 지리(Geely)·체리(Chery)·샤오펑(Xpeng)은 스페인·카자흐스탄 등으로 생산기지를 분산하고 있다. 배터리 등 부품 업체들은 EU 인접 지역인 모로코를 핵심 거점으로 키우는 중이다. 모로코는 EU와의 지리적 근접성, 자유무역협정, 저렴한 토지·노동비용, 세제 우대 등 복합 이점을 갖춘 입지로 평가된다.
현지 생산 효과는 가격표에 바로 반영됐다. 태국에서 BYD ‘아토3(Atto 3)’의 판매 가격은 수입 시 약 5,130만 원 수준이었으나, 현지 생산 전환 이후 약 2,943만 원으로 40% 가까이 떨어졌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생산 이후 주요 전기차 모델 가격이 10~38% 인하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공장’이 ‘로봇·배터리 공급망’으로 진화한다
KATECH 보고서가 특히 주목한 대목은 자동차를 넘어선 파급력이다. 전기구동(모터·인버터), 인지 센서(카메라·라이다), 제어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배터리·열관리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과 시스템 개발에도 그대로 전용될 수 있다. 즉 중국 업체의 해외 생산거점 확대는 전기차·로봇·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아우르는 미래산업 전체의 공급망을 중국 중심으로 재편할 잠재력을 내포한다.
모로코·헝가리가 전기차 배터리·부품 허브로 부상할수록,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공급망과의 완전한 분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 한편 BYD의 해외 판매 비중은 전체 인도 물량의 약 43%에 달하며,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해외 분석 기관에서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