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발상지 독일에서 역사적인 전환점이 기록됐다. 2026년 6월, 순수 전기차(BEV)가 독일 신차 등록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단일 동력원 기준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것이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6월 BEV 신규 등록 대수는 8만4,057대로, 전년 동월 대비 78.2% 급증했다. 점유율 28.4%를 기록하며 일반 하이브리드(28.1%), 가솔린(20.5%), 디젤(11.4%)을 모두 제쳤다. 742대라는 아슬아슬한 차이였지만, 상징성은 크다.
석 달 연속 상승…구조적 추세로 굳어지는 전동화
독일 BEV 점유율은 2026년 3월 24%, 4월 25.8%, 5월 25%에 이어 6월 28.4%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23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26년 상반기 전체로 보면 독일 신규 BEV 등록은 36만8,000대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다만 현실은 냉정하다. 이미 등록된 독일 전체 승용차(약 6,100만 대) 기준으로 BEV 비중은 고작 4.1%에 그친다. 가솔린 차량은 여전히 59.3%를 차지한다. ‘신차 시장’과 ‘보유 차량 구조’의 간극을 좁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EU 2035 규제가 만든 지각변동…북유럽은 이미 ‘주류’
이 흐름의 뿌리에는 EU의 강력한 탄소 규제가 있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진행 중이며, 2030년 중간 목표를 위해 제조사별 CO₂ 배출 기준과 막대한 벌금 체계를 이미 가동하고 있다.
북유럽은 이 흐름을 훨씬 앞서 주도하고 있다. 2024년 신규 등록 기준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합산 비중은 노르웨이 78.6%, 스웨덴 52.8%, 덴마크 47.4%, 네덜란드·벨기에 각 38.7%에 달한다. 유럽 대체연료 관측소(EAFO)에 따르면 14개 EU 회원국의 BEV 점유율은 이미 23.1% 수준이며, 공공 충전기는 115만 기를 넘어섰다.
2025년 12월에는 EU 신차 시장에서 BEV 점유율(22.6%)이 가솔린(22.5%)을 처음으로 추월한 바 있다. 독일의 6월 기록은 이 대세의 연장선이다.
현대·기아, 유럽 EV 100만 대 돌파…체코·슬로바키아가 전진기지
유럽 전동화 가속의 수혜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브랜드 중 현대차·기아가 두드러진다. 양사는 2026년 상반기 유럽 누적 전기차 판매 100만 대를 넘어섰으며, 연간 20만 대 달성을 목표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유럽에서 전동화 차량(EV·PHEV·HEV) 비중을 판매의 약 3분의 2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EV만 11만2,266대(전년 대비 49% 증가), PHEV 3만5,833대(39% 증가), HEV 12만1,472대(10% 증가)를 기록했다. 아이오닉 5·인스터·아이오닉 9로 세그먼트를 다층 공략하는 라인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기아는 EV3 등 B세그먼트 보급형 전기차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양사 모두 체코·슬로바키아 현지 공장을 전진기지로 활용해 관세·물류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EU의 탄소 발자국 규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