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의 굴욕’ 딛고 다시 도전…한국, 원자력 선박 개발 ‘마지막 예타’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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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원자력선박 개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조감도 / HD한국조선해양

한 번 낙마한 사업이 일정을 3년이나 앞당겨 화려하게 귀환했다. 정부가 2040년 첫 수주를 목표로 추진 중인 원자력 선박 핵심 기술, 이른바 ‘용융염원자로(MSR)’ 개발사업이 정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폐지 직전 마지막 심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 추진하는 ‘탄소중립 선도 해양용 용융염원자로 기술개발사업’이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예타 폐지 이전 최종 조사 대상 4개 사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이 사업은 2025년 예타에서 한 차례 탈락한 바 있다. 재도전에 나선 과기정통부와 해수부는 당시 대비 사업 기간을 3년 단축하는 수정안을 제출, 2035년 시험선 건조 착수, 2037년 개발 완료, 2년 시험 운항을 거쳐 2040년 첫 수주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걸었다.

4세대 원자로 MSR, 왜 선박에 주목하나

MSR은 4세대 원자로 중 하나로, 불소나 염소 등이 섞인 용융염에 핵연료를 녹여 냉각재와 핵연료를 일체형으로 구성한 방식이다. 기존 원자로 대비 장기간 운영이 가능해 연료 보급이 어려운 선박 동력원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특성 덕에 조선업계에서도 사업 참여 의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 수송 부문의 탈탄소화 흐름이 거세지는 가운데, 원자력 기술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역시 국가 전략 프로젝트인 ‘K-문샷’ 12개 미션 중 하나로 MSR을 지정하며 사업에 힘을 실어왔다.

한국산 원자력선박 개발
원자력연의 해양용 용융염원자로 시스템 개념도 / 원자력연, 연합뉴스

‘예타 막차’…제도 전환 과도기의 선택

이번 선정에는 제도 변화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정부 R&D 예타는 신속성이 중요한 R&D 사업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되면서, 지난 1월 법 개정을 통해 공식 폐지됐다. 이후 정부는 ‘사전점검 제도’로 전환하는 과도기를 운영 중이다.

이번 심의는 예타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실상 마지막 절차다. 다만 과도기적 성격을 감안해 기존 7개월이 걸리던 조사 기간을 5개월로 압축 운영하기로 했다. 일정이 빡빡해진 만큼, 과기정통부는 이례적으로 MSR 사업 예타 대응 정책연구과제 공고를 별도 게재하며 전문적·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우주·디스플레이도 함께…초대형 R&D 사업들의 집결

이번 예타 대상에는 MSR 사업 외에도 나로우주센터를 차세대 발사체용으로 전환하는 우주항공청의 ‘나로우주센터 고도화 사업’, 2030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소형 달 착륙선 개발사업’도 포함됐다. 5천억 원 규모의 산업통상자원부 ‘첨단 디스플레이 국가연구플랫폼 구축사업’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예타 통과 여부가 한국 원자력 선박 기술 개발의 향후 속도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2040년 첫 수주라는 목표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이번 5개월간의 타당성 검증이 결정적 관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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