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불똥, 주사기·수액까지 덮쳤다…정부 6개 품목 ‘집중관리’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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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사기 등 의료 소모품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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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하나, 수액 봉투 하나. 병원에서 매일 쓰이는 이 평범한 소모품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의료 현장의 기초 소모품 공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가격은 이미 15~20% 급등했다. 일부 의료 소모품 쇼핑몰에서는 구매 수량 제한이 시행되고, 기존 주문마저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나프타 공급 흔들리자 의료 플라스틱 도미노 위기

문제의 뿌리는 나프타(naphtha)다. 플라스틱 소재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만드는 핵심 물질로, 의료용 플라스틱 소재 대부분이 이에 의존한다. 중동 지역 전쟁이 길어지면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그 여파가 수액 포장재부터 혈액투석제통까지 의료 소모품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 "의료현장에 전쟁 여파 없도록 공급 관리·사재기 단속"(종합) | 연합뉴스
정부 “의료현장에 전쟁 여파 없도록 공급 관리·사재기 단속” /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포장용품과 주사기처럼 의료기관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의 안정적 공급을 걱정하는 현장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고 밝혔다. 의협은 현장 혼란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며, 의료소모품은 단순 공산품이 아닌 ‘전략 물자’라고 규정했다.

정부, 6개 품목 집중관리·사재기 신고센터 가동

보건복지부는 4월 6일 서울 중구에서 ‘중동전쟁 대응 제2차 보건의약단체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공식화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약사회·한국의약품유통협회 등 12개 의약단체와 복지부·산업통상부·식품의약품안전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식약처는 ▲수액제 포장재 ▲수액세트 ▲점안제 포장재 ▲주사기 ▲주사침 ▲혈액투석제통 등 6개 제품의 생산·공급 상황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멸균포장재·약포장지·약통·의료폐기물통 및 봉투 등 의약품은 아니지만 현장 우려가 큰 품목도 별도로 관리한다.

중동전쟁에 포장재 수급난…6개월간 식품·화장품 스티커표시 허용
중동전쟁에 포장재 수급난…6개월간 식품·화장품 스티커표시 허용 / 뉴스1

선점·사재기 방지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위반 행위 발생 시 행정지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현장 수가 부담 완화를 위해 최근 환율 상승을 반영한 치료재료 건강보험 수가 상향도 추진된다.

예산 ‘0원’ 논란…주간 정례회의로 공백 메울 수 있나

정부 대응을 둘러싼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3,263억 원 규모의 보건복지부 추경 예산 중 실질적으로 보건 분야에 배정된 예산이 1%에 불과하며, 중동 의료소모품 공급 위기와 관련해 책정된 예산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4월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나온 이 발언은 정부 대응의 예산 현실성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예고한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전쟁이 더 길어질 경우 포장재·앰플·수액백 등의 재고가 완전히 소진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하고 있다. 현재는 재고 부족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지금의 대응 속도가 사태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의료제품의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보건의약단체 회의를 매주 정례적으로 개최해 수급 상황을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주사기 하나가 없어 치료가 지연되는 상황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전쟁의 불똥이 의료 현장 깊숙이 파고든 지금, 정부의 ‘집중관리’가 위기를 선제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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