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하면서, 한국은행도 당분간 금리를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 사태로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의 금융위기 후 최고치 경신이 겹치며, 한국과 미국 모두 통화정책의 운신 폭이 극도로 좁아지는 양상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은이 오히려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하고 있어,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진 국면이다.
연준, ‘에너지 충격’에 인하 속도 늦췄다
연준은 17~18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2025년 9월·10월·12월 3회 연속 인하 이후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관세 충격에 이어 규모와 기간을 알 수 없는 에너지 충격에 직면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했으며, 새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3.4%로 추가 인하가 1회(0.25%p)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환율 동반 상승…수입물가 8개월째 오름세
이란 사태의 여파는 한국의 물가 지표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45.39로 1월(143.74) 대비 1.1% 상승했으며, 이는 2025년 7월 이후 8개월 연속 오름세다. 원유(9.8%)·제트유(10.8%)·나프타(4.7%)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이 상승을 주도했다.
한은 관계자는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두바이유가 3월 13일까지 58.6%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도 작년 월평균 대비 1.4% 상승했다”며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이 3월 수입물가에 상방 압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3월 13일 시행된 최고가격제로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일부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7연속 동결 유력…스태그플레이션 땐 ‘인상론’ 고개
한미 금리 격차(약 1.0~1.25%p)가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1,5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이 더욱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비수도권으로까지 확산 중인 집값 불안도 추가 인하를 가로막는 구조적 제약으로 꼽힌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중동 분쟁에 따른 대외 환경 급변으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점도표에서도 21개 전망치 중 16개(76%)가 6개월 뒤 기준금리를 현행 2.50%로 유지할 것으로 나타나, ‘인하 없는 장기 동결’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
NH금융연구소는 이란 전쟁이 1년 이상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한은의 통화정책 중심이 경기 부진 완화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전환되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형 금통위원도 “현재는 2월 점도표 작성 시점보다 물가 상방·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며 실제 전망과의 괴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